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업체의 파상 공세에 쿠팡 등 국내 업체 실무진들과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 이들은 업계의 발목을 잡는 역차별 요인과 규제를 제거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견기업정책관 주재로 유통물류진흥원과 11번가·G마켓·SSG닷컴 등 국내 온라인 유통업계 실무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발제를 맡은 정연승 단국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결론을 내기 보다는 최근 이슈에 대한 위기 의식을 공유했다”면서 “향후 기업과 정부에서 유통, 제조, 물류까지 전반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역직구를 활성화하고 직구와 역직구 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에서 업계는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국내 플랫폼은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제조사는 각종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플랫폼은 그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어 가격 경쟁력 면에서 한국 플랫폼과 불공정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통관 시간 단축을 위한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중국 제품이 알리 등을 통해 국내로 대거 들어오면서 한국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중국산 제품의 통관 시간이 너무 오래 소요되고 있는데, e커머스에서 배송 기간은 생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통관 쪽 지원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한국 기업이 중국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하다가 법안 전면 재검토로 물러서긴 했지만, 정부가 국내 거대 플랫폼 기업을 규제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반면 중국 플랫폼은 우리나라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회의는 중국 직구 플랫폼의 ‘안방’ 잠식이 심상치 않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구액은 6조 7567억 원으로 전년보다 26.9% 증가했다. 특히 중국 직구액은 3조 2872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문제는 중국 직구 플랫폼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짝퉁 피해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알리에서는 삼성전자, 나이키 등 국내외 기업 브랜드들의 디자인과 성능 등을 모방한 가품이 아무런 제재 없이 팔리고 있다. 제대로 된 고객센터마저 없어 한국 소비자가 제품 상태나 배송 등과 관련된 민원을 제기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해외 물품을 구매한 소비자 500명 가운데 피해 경험이 가장 많은 플랫폼은 알리익스프레스(31명)였고, 피해 해결률(61.3%) 역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직구 플랫폼이 더 활성화되면 국내 e커머스 업체가 타격을 받는 건 물론, 제조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저가의 중국 물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 국내에서 같은 물건을 제조 및 공급하는 오프라인 제조·도매업체의 기반도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미 소상공인연합회는 “알리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이 ‘초저가 공세’로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한다”며 “중국 플랫폼이 규제에 포함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 방안이 미흡하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역직구 경쟁력을 키워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은 1조 65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1% 줄었다.
회의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 침투에 따라 업계 영향 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였다”면서 “대응책이 나올 정도로 논의가 성숙된 단계는 아니라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만나며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