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기업과 근로자에게 추가적인 세금 부담이 없게끔 하겠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3월경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도 부연했죠.
최근 부영그룹이 임직원 자녀 70여 명에게 1억 원씩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법인의 출산 지원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가 정책 화두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부영그룹에 대해 “세제혜택 등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밝힌 데 이어 조세 정책 총책임자인 최 경제부총리 역시 같은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입니다.
발단은 지난 5일 부영그룹의 시무식이었습니다. 당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여 명에게 1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부영그룹처럼 ‘억 단위’ 세제 지원을 약속한 곳은 없었습니다.
문제는 출산지원금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 1억 원을 지급할 경우 세금 부담이 확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1억 원’이 근로소득으로 인정된다면 직원들 입장에선 최대 4180만 원(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영그룹은 이 돈을 ‘증여’로 처리했습니다. 이 경우 10%의 세율만 적용받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100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18억 원 정도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놓치게 됩니다. 증여는 법인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법으로 보면 ‘손금산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세제 지원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한 배경입니다.
관건은 출산지원금이 임직원 입장에서 ‘증여’, 법인 입장에서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해석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지난달 소득세·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사업자가 근로자에게 출산·양육지원금을 지급하면 이를 사업자의 손금·필요경비, 즉 인건비 범위에 추가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임직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준’에 따라 지급된 출산·양육지원금에 대해선 손금산입을 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단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시행령만으로 봤을 땐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이 ‘공통 지급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출산·양육지원금이 손금산입 대상이 되려면 지급의 결과가 ‘근로’여야 합니다. 이를테면 성과급에 손금산입을 하는 것은 이것이 노동력 창출을 위한 ‘인건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산장려금의 경우엔 ‘인건비’라고 판단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엔 출산지원금을 어떻게 지급하든 상관없이 법인세상 ‘비용’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재부는 또 출산·보육수당 비과세를 확대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현재 기업이 직원의 출산이나 6세 이하 자녀의 보육과 관련해 지원하는 수당의 경우 근로자 1명당 월 20만 원 한도로 비과세 혜택이 있습니다. 정부는 이 한도를 더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