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가 총선을 어떤 전략과 비전으로 치르려는지 알 수가 없어요. 마치 조타수를 잃은 배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재선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50일 앞두고 지지율 추락과 공천 파동 사태에 직면하며 들끓고 있다. ‘정권 심판론’에만 의지해온 민주당이 민생 정책은 외면하고 공천 싸움에 몰두하자 민심이 험악해지며 지지율이 날개 없이 떨어지는 형국이다. 밀실 공천 논란 속에 급기야 현직 국회 부의장인 4선의 김영주 의원이 19일 탈당을 선언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15~16일 전국 성인 1009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한 주 전보다 1.6%포인트 떨어진 40.2%로 나타났다. 국민의힘(39.1%)보다는 높지만 한 달 전만 해도 오차 범위 밖에서 훌쩍 앞서던 것과 비교하면 턱밑까지 추격을 허락한 셈이다. 한국갤럽이 13∼15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직전 조사 대비 3%포인트 상승한 37%, 민주당은 4%포인트 하락한 31%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 지지도는 이달 1일 의원총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법안을 외면한 이후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비롯한 중도 지지층 확장을 위해서는 유예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았지만 강성 노조를 등에 업은 86 운동권 의원 등 강경파의 주장에 가로 막혔다.
정책적 측면에선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서울 메가시티 공약을 재차 띄우고 저출생 대책 등도 다양하게 마련하는 데 비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기본 시리즈’만 강조하며 새롭게 주목 받는 이슈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철도 지하화 공약만 해도 정부와 국민의힘이 깔아놓은 정책을 복사하듯 하며 ‘뒷북’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의대 정원 확대’ 에 대해서는 ‘정치 쇼’라며 평가절하하면서 거대 야당의 ‘발목 잡기’ 이미지만 축적하는 모습이다.
집안 사정은 혼란 자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인 4선 김영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저에게 의정 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며 “대체 어떤 근거로 하위에 평가됐는지 정량·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김 의원의 지역구(서울 영등포갑)에는 이 대표의 원외 세력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 채현일 전 영등포 구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민감한 지역구를 포함한 본격적인 공천 작업이 시작되면 갈등은 한층 증폭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에 일부 지역구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까지 진행돼 당의 공천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한 상태다. 논란에 휩싸인 ‘하위 20%’ 평가를 앞세워 중진 물갈이를 시도할 경우 ‘공천 파동’마저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국민들은 지금 이재명 대표가 본인의 계파를 챙기는 사심 공천을 한다고 받아들인다”며 “2016년 새누리당이 ‘친박 감별사’ 논란으로 122석을 받았는데 이대로는 민주당도 120석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출신의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심을 왜곡하는 당내 나쁜 정치는 제압돼야 한다”며 “사무총장을 비롯한 대표의 핵심들은 불출마로 헌신하고 통합 공천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