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전쟁 비판 여론에 부담 커진 美, 유엔 안보리에 '임시휴전' 첫 제안

美 "가능한 한 조속한 일시적 휴전 촉구"

거부권 행사 예고한 '즉각 휴전안' 대안

사망자 3만명·홍해 선박 격침 위기 등

국제 사회 불안 커지자 기류 변화

전쟁터가 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신화연합뉴스전쟁터가 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신화연합뉴스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 반대해온 미국이 일시 휴전안을 제안했다. 즉시 휴전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내놓은 대안이지만 미국이 ‘휴전’을 명시적으로 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과 종전 압박이 거세지며 동맹 이스라엘의 ‘하마스 제거’ 목표를 지지해온 미국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화된 전쟁은 가자 내 민간 피해를 키우는 동시에 홍해 등에서 친(親)이란 세력의 무력 도발로 확전되는 중이다.



CNN 등에 따르면 미국은 19일(현지 시간) 안보리 측에 “가능한 조속히 가자의 일시적 휴전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 초안을 제시했다. 초안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민간에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이웃 국가로의 난민 이주를 초래하며, 역내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도 포함했다.

관련기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이 ‘휴전’ 제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초안은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는 알제리 측 결의안에 대한 안보리 표결이 예정된 20일보다 하루 앞서 발표됐다. 앞서 미국은 안보리에서 제기된 휴전 촉구 결의안에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을 무산시켰다. 미국은 알제리 결의안 표결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는 미국·프랑스·영국·러시아·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외신들은 미국의 초안에 담긴 ‘가능한 조속히’ 등 모호한 표현이 이스라엘의 공습 여지를 남긴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를 상당한 변화로 평가했다. 가디언은 “미국이 유엔을 통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적어도 양자 간 소통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19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관립 학교에서 팔레스타인 난민 어린이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AFP연합뉴스19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관립 학교에서 팔레스타인 난민 어린이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자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만 명에 육박하고 확전 양상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휴전 결의안에 세 번째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미국으로서는 압박감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팔레스타인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후 가자 내에서 최소 2만 9000명이 숨지고 7만 명이 부상했다. 이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는 홍해를 지나던 영국 벌크선 ‘루비마르호’를 탄도미사일로 직접 타격했다. 가자 전쟁이 격화한 후 후티는 해역을 지나는 서방 선박에 수십 차례 위협을 가해왔지만 격침 시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티는 루비마르호 피격 후에도 미 국적 선박 2척을 추가로 공습했으며 미군 무인기를 격추시키는 등 도발을 이어갔다.


정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