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만파식적] 日 ‘이자나기’ 프로젝트






일본 신화에 따르면 천지개벽과 함께 나타난 남매신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천신의 명을 받아 일본을 만들었다. 남신 이자나기가 바다에 창을 넣고 휘젓다가 꺼냈는데 창끝에 묻은 소금물이 떨어져 최초의 육지가 됐다고 한다. 또 이자나기가 여신 이자나미와 결혼해 일본 열도의 섬들과 함께 수많은 신들을 낳았다고 한다. 이자나미가 저승의 신으로 불리는 것과 달리 이자나기는 창조와 생명의 신으로 통한다. 산업 진흥과 생산 증대의 신으로도 알려진 이자나기는 훗날 일본 경제에 소환되기도 했다. 1965년 11월부터 1970년 7월까지 57개월 동안 평균 11.5%의 성장률을 기록한 일본의 초장기 호황에 ‘이자나기 경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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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을 위해 1000억 달러(약 133조 2000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90%를 보유한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을 보완해 엔비디아와 경쟁할 반도체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손 회장의 야심이다. 비밀리에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의 코드명은 ‘이자나기’다.

일본이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 재기하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정부가 2021년 6월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한 정책 총동원을 선언하고 그해 10월 구마모토현에 대만 기업인 TSMC 공장을 유치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부터는 12나노 공정까지 범용 ‘메이드 인 재팬’ 반도체가 양산된다. 2027년에는 6나노급을 만드는 TSMC 제2공장도 가동될 예정이다. 일본의 민관 합작사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투자까지 현실화하면 일본의 반도체 경쟁력은 단숨에 뛰어오르게 된다. 과거 한국에 밀려났던 ‘원조 반도체 강국’ 일본의 부활 움직임에 대응해 우리가 긴장해야 한다. 기업의 적극적 투자와 정부의 전방위 지원으로 K반도체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밀려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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