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떠나는 전공의, 남겨진 간호사…"채혈·대리처방까지, 업무 과도해"

간호협회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 공개

154건 접수…신고 72%는 일반간호사

전임의 이달말 계약종료땐 의료공백 확대

경찰, 전공의 집단행동 촉구 사이트 압색

23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탁영란 대한간호사협회장이 의사 집단행동으로 불법 의료행위에 노출된 간호사의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23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탁영란 대한간호사협회장이 의사 집단행동으로 불법 의료행위에 노출된 간호사의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근무를 중단하며 의료 현장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일부 전임의도 이달 말 재계약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의마저 현장을 떠날 경우 남은 의료 인력의 업무 부담은 더욱 과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 대응에 내몰린 간호사들은 “간호 업무를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법 제정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는 23일 서울 중구 간협 서울연수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 현장을 지키겠다는 간호사들을 불법 진료로 내모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간협이 20일 오후 6시에 홈페이지에 개설한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총 15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된 의료기관 비중은 상급종합병원이 62%로 가장 많았다.

또 일반 간호사가 72%를 차지한 반면 진료보조(PA) 간호사는 24%에 불과했다. PA 간호사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의 업무를 일부 위임받은 간호사다. 관행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의 업무 범위는 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다.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PA뿐 아니라 일반 간호사에게도 업무가 이양되는 사례가 잦아지는 셈이다.

간호사가 겪는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는 ‘불법 진료 행위 지시’가 꼽혔다. 구체적으로 △채혈 △동맥혈 채취 △혈액 배양 검사 △검체 채취 등 검사와 심전도검사 △수술 보조 및 봉합 등 수술 관련 업무 △병동 내 교수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 처방 등의 진료를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간협을 통해 입수한 한 사례에서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A 씨는 “의료 공백이 생긴 부분을 남은 전문의들이 메꾸지 않는다”며 “의료 공백으로 인해 환자의 동의서 작성 설명, 정규·추가 처방, 카테터 제거 등을 지시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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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민 견습기자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민 견습기자


간호사들은 실제 현장에서도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곳곳에서 환자들의 상태를 심각하게 논의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인터뷰 요청에도 간호사들은 지친 기색으로 “죄송하다”며 자리를 벗어났다.

이에 간협은 보건복지부와 논의해 간호사 긴급 보호 체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긴급 업무 지침을 통해 의료기관이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없는 행위를 정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행정명령)를 내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간호사의 의료사고 시 책임을 경감하는 방안과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위기 대응 수당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간협은 “일부 전공의들이 간호사들에 대한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간호사들의 의사 업무 대리를 문제 삼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공의들의 사직이 잇따르면서 신규 환자의 예약이 제한되고 수술이 30~50% 축소되는 등 의료 공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날 경찰은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촉구한 게시글이 올라온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전공의 단체행동과 관련한 첫 강제수사로 정부 대응이 본격적인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서 전공의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일부 전임의도 1년 단위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전임의·임상강사의 업무 부담이 굉장히 많이 올라갔을 것”이라며 “힘드시더라도 지금 환자를 위해서 자리를 지켜주십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 시사교양 유튜브 채널 일큐육공1q60


박민주 기자·이승령 기자·이정민 견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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