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000720)이 총 사업비 18조7000억 원 규모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Kozloduy)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첫 해외 대형원전 수주 성과를 거두게 됐다. 현 정부가 원자력산업 복원방침을 밝히고 지원 정책을 지속하면서 민간 업체의 해외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은 23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공사의 입찰자격사전심사(PQ, Pre-Qualification)를 단독으로 통과하고 불가리아 의회 승인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이번에 수주한 사업은 불가리아 수도인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 내 2200MW급 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프로젝트다. 최종 계약자 선정은 발주처인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 NB, Kozloduy NPP-New Builds)와 협상을 완료한 4월이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총 사업비가 약 18조 원 규모이고 (현대건설의) 수주 규모는 4월 경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리아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코즐로두이 원전은 1969년부터 시공된 불가리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다. 1~4호기는 노후화 문제로 폐쇄됐으며 현재는 러시아에서 개발된 가압경수로형 모델 5‧6호기가 운영 중이다. 이번에 신규 건설이 확정된 7‧8호기는 AP1000 노형이 적용될 예정으로 2035년까지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벡텔(Bechtel), 플루어(Fluor) 등 유수의 기업이 참여한 이번 입찰에서 까다로운 사전요건을 유일하게 충족했으며, 단독으로 의회승인을 받아 글로벌 톱 원전 시공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풍부한 원전 시공 경험, 뛰어난 기술력에 더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K-원전 지원책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그동안 탈원전 정책 등으로 다소 주춤했던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특히 유럽시장은 그린 택소노미에 이어 탄소중립산업법(NZIA)까지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다각적 루트를 통해 더 많은 수주 낭보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건설이 불가리아 대형원전 공사를 수주하면서 원전사업에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신한울 3‧4호기 원전 주설비 공사를 수주하며 대형 원전 사업 재개의 물꼬를 틀었다. 이 밖에 미국 원자력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최초 호기 설계에 착수했다. 대형원전은 물론 SMR, 원전해체, 사용후 핵연료시설 등 원자력 전 생애주기에 대한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며 K-원전의 위상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