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2년 전에도 女 비하…성차별 시각 드러내” 여의사들, 복지차관 고발

서울의대 함춘여자의사회 26일 고발장 접수

브리핑 도중 성차별 발언 논란…반발 커져

명예훼손 혐의…여의사 1151명 탄원 참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근무지 이탈 전공의들에게 오는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할 것을 요청하며 근무지에 복귀하면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 참작한다는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근무지 이탈 전공의들에게 오는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할 것을 요청하며 근무지에 복귀하면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 참작한다는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 의사들이 의과대학 증원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여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4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고발했다.



김나영 서울의대 함춘여자의사회장(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땅에서 어머니와 아내로, 딸로서 최선을 다해 분투해 온 여성 의사가 남성 의사에 비해 온전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충격적인 발언에 대해 여성 의사들은 깊은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며 "이러한 발언이 우리 사회에 미칠 역효과와 사회 각 영역에서 증폭될 수 있는 여성 차별에 대해 각 단체가 수 차례 지적하며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음에도 당사자(박민수 차관)가 모르쇠로 일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번 고발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의대 증원 추진에 관한 반발과 별개로 의사들에 대한 명예훼손에 관해서만 고발을 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고발에는 서울의대 함춘여자의사회를 필두로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가톨릭대 의과대학 여동창회, 분당서울대병원연세의대 여교수회가 참여한다. 이번 고발장에 이름을 올린 탄원인은 총 1151명에 달한다. 이들 단체는 관련 소송을 맡을 법률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코러스를 선임했다.

앞서 박 차관은 지난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의대 증원 정책 근거 자료로 들며 “(보고서의 의사 수급추계 방법에 따르면) 여성 의사 비율 증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 시간 차이, 이런 것까지 가정에 다 집어넣어서 분석한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성의사가 늘어 전체 의사가 부족하고,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냐"며 공분이 일었다. 특히 자신을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라고 밝힌 한 여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의사인 게 그렇게 죄입니까'라는 글을 올리며 파장이 더욱 커졌다. 글쓴이는 “세금 떼고 하루 1만8000원 받는 당직도 안 빼먹고 다 서고 있는데 무슨 여의사가 일을 안 한다는 얘기를 하느냐”며 “가정 있고 애 있는 분들이 근무 시간 줄이고 휴직하고 이런 것은 의사뿐 아니라 타 직종도 마찬가지 아닌가. 무슨 여의사 때문에 의사가 부족한 것처럼 호도하느냐”고 박 차관의 발언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여의사의 근로 시간은 남의사에 비해 절대 짧지 않다. 전공의들 출산휴가 3개월 빼고 다 출근하고 심지어 밤샘 당직도 선다”며 “출산 후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모든 경력단절 여성들의 고민거리라 생각된다. 가뜩이나 출산율 낮은 나라에서 도대체 왜 저런 발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국여자의사회를 비롯해 여의사들로 구성된 각종 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박 차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서울의대 출신 여의사들로 구성된 서울의대함춘여자의사회는 21일 배포한 성명서에서 "정부가 총선에 유리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의료 현장을 무시하고 여의사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성차별적 시각까지 동원해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의사는 물론 전체 의사에 대해 국민을 오해로 이끌고 가는 처사를 즉시 중지하라"며 고발 의향을 시사한 바 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2월 20일 전국민을 상대로 한 공개적인 브리핑 자리

에서 의사 부족 이유 중의 하나로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시간의 차이'를 들었습니다.



박민수 차관의 위와 같은 발언은 이 땅에서 어머니와 아내로, 딸로서 최선을 다해 분투해 온 여성 의사가 남성 의사와 비교할 때, 온전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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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여성 의사들은 깊은 좌절과 분노를 느끼

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각 단체에서는 박민수 차관의 발언이 우리 사회에 미칠 역효과와 사회 각 영역

에서 증폭될 수 있는 여성 차별에 대해 수차례 지적하며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였으나 박민수 차관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바,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박민수 차관은 국가의 보건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공직자로서 양성 평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존중의 태도를 보이지는 못할지언정, 양성 평등과 다양성을 훼손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 의사들의 노력을 좌절시키며 국가의 보건복지와 가정 지원 정책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박민수 차관의 그와 같은 태도가 단순히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여성 차별적 시각이 박민수 차관의 뇌리에 박혀있다는 사실입니다. 박민수 차관은 약 12년 전인 2012년 7월 코엑스에서 개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창립 12주년 세미나에 보건복지부 과장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여성 직원들을 언급하며

'자신감이 없고 규정에만 매달린다.'는 취지로 발언하여 여성의 전문성과 능력을 폄훼

한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박민수 차관은 의과대학 실습 교육에 필수적인 시신과 실제 심장을 '기자재'

'아무튼 이런 것'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부족한 기초의학 교수는 타과 교수를 채용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하여 의학 교육에 대한 무지와 더불어 깃털보다

가벼운 경박함을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우리는 고위 공직자로서 자신의 의무와 책임에 역행하는 발언을 통해 여성의 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박민수 차관을 고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박민수 차관은 지금 이라도 자신의 발언과 태도를 깊이 반성하고 피상적인 숫자 놀이가 아닌 양성 평등과 다양성, 통합이라는 본질에 기초한 정책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책임을 다하기 바랍니다.

고발인들(참여 단체) 대표 김나영

서울대의대 함춘여자의사회(회장 김나영)·이화여대의대 동창회(회장 임선영)·연세대의대 여자동창회(회장 이승헌)·고려대의대 여자교우회(회장 전혜정)·가톨릭대의대 여성동창회(회장 김찬주)·분당서울대병원 여교수회(회장 최성희)·연세대의대 여교수회(회장 박미숙)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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