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 지었지만 '부동산 부풀리기 사기 대출' 혐의 민사재판 1심에서 6000억원대 벌금을 선고받으면서 재정적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동안 자금 모금에서 위력을 발휘해왔고 이번에도 일부 지지자들이 벌금을 대신 내주자며 모금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액수가 너무 크고 시한은 촉박해 기부금에 의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사기 혐의 민사재판에서 1심에서 패소하며 떠안은 '벌금 폭탄'은 최소 4억5400만달러(약 6063억원)다.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아서 엔고론 판사는 지난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산 부풀리기 등을 통해 사기 대출을 받았다고 보고 3억5500만 달러(약 474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어 지난 23일 입력한 최종 판결문에서는 벌금이 4억5400만달러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원래 벌금 3억5500만달러에 3개월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를 더한 금액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사들은 26일 1심 판결에 불복해 뉴욕 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문제는 항소를 진행하려면 30일 안에 벌금 액수를 공탁해야 한다는 점이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경선 기간 3억3300만달러 이상을, 2020년 대선 때는 소액기부금 3억8000만달러를 포함해 총 7억7400만달러를 모았으나 항소를 위해 30일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이 정도의 거액을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지자들의 기부금으로는 벌금 원금은커녕 지연이자를 내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미국 부동산 사업가 그랜트 카돈의 부인인 엘레나 카돈이 16일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를 개설해 "부당한 판결에 따른 3억5500만 달러 벌금에 자금을 대자"며 모금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모은 액수는 120만달러(약 16억원)다. 같은 기간의 벌금 납부 지연 이자 100만여달러를 충당하는 정도다.
공화당 차원에서 트럼프 돕기에 나설 가능성도 희박하다. 아직 경선이 진행 중인 데다 당의 선거자금을 총괄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한 위원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송비용으로 당 자금을 지출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설령 당 자금을 끌어 쓸 수 있게 되더라도 연초 기준으로 RNC가 은행에 보유한 현금이 800만달러(910억7000만원)에 불과해 벌금을 충당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28년 전 자신이 저지른 성추행 피해자 E. 진 캐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소송에서도 패소해 8330만 달러(1113억원)의 배상금도 내야 한다.
WP는 문제의 핵심은 그가 내야 할 벌금 액수가 너무 크다는 점이라며, 최근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선보인 금색 운동화 '트럼프 스니커즈'를 89만켤레 팔아야 엔고론 판사가 부과한 벌금을 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는 지난 50년간 사람들이 지갑을 열도록 하는데 탁월했고 정치적인 측면에서 특히 더 잘 해냈지만, 이런 일정(30일)에 이 정도 금액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이라며 "결국 개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