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 작업이 후반전에 돌입한 가운데 양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 지역과 호남의 지역별 후보들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는 핵심 지역구인 만큼 공천 경쟁 역시 치열했지만 현재까지 나온 결과는 여야 모두 현역 의원들과 당내 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4·10 총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앞서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혁신성과 참신함을 이번 총선 정신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최종 공천은 기성 정치인들의 몫으로 돌아가며 정치 신인들이 설 자리가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민의힘 공천 결과를 분석한 결과 TK 선거구 25곳 중 18곳의 본선 출마자가 확정됐다. 이 중 현역 의원은 13명에 달한다. 5선의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 등 중진을 포함해 현 원내대표인 3선의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 전 기획재정부 장관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 등이 단수 추천을 받거나 경선에서 승리했다. 3선인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과 재선의 김정재(경북 포항 북구), 김석기(경북 경주),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 모두 본선행을 확정했다. 지금까지 TK 지역에서 현역 의원 생존율은 52%다. 향후 공천 심사에서 TK 의원 전원이 탈락해도 지난 21대 총선에서의 TK 현역 생존율인 40%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중진 희생론’을 꺼내든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국민의힘 공천에서 중진 의원들의 영향력은 더 강하게 발휘됐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인 전 위원장은 “와이프와 아이만 빼고 (당이) 다 바뀌어야 한다”며 중진 의원들을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해 여론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중진 용퇴를 압박하기 위해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에게 경선 15% 감산까지 적용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불이익은 중진 의원들에게 치명타가 되지 않았다. 김용판(대구 달서병), 김병욱(경북 포항 남울릉) 의원 등 경선에서 패한 현역 의원은 대부분 초선이다. 이 같은 ‘현역 불패론’ 지적에 대해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신인 후보들의 득표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현역이 갖는 메리트가 있고 신인들이 도전하기 위해서는 공을 더 들여야 할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중진들의 공천 확정 비율이 낮은 더불어민주당 또한 신인들에게 기회가 박하기는 마찬가지다. 광주 지역과 전북·전남 지역구 28곳 중 민주당이 공천을 마무리 한 선거구는 11곳이다. 이 중 현역 의원은 5명으로 대표적으로 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3선) 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전북에서는 재선의 김윤덕(전주갑) 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았으며 초선의 한병도(익산을), 이원택(군산·김제·부안을) 의원도 본선으로 직행했다. 전북 익산갑 경선에서 현역 김수흥 의원을 꺾고 승리한 이춘석 전 의원은 이미 동일 지역구에서 3선을 지낸 바 있다.
광주 지역 경선에서는 민형배(광산을) 의원을 제외한 현역 의원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윤영덕(동남갑) 의원은 정진욱 당 대표 정무특보에, 조오섭(북구갑) 의원은 정준호 변호사에, 이형석(북구을) 의원은 전진숙 전 청와대 행정관에 각각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정 정무특보와 정 변호사 등은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공천은 기성 정치인의 교체라는 의미보다 계파 경쟁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전북 지역에서는 컷오프(공천 배제)된 예비 후보들이 잇달아 당에 재심을 신청하며 공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익산을 예비 후보인 이희성 변호사는 2일 입장문을 내고 “정치 신인, 청년 정치인에게 기회를 준다던 민주당은 ‘호남 지역은 경선이 원칙’이라고 해놓고 한병도 의원을 단수 공천했다”며 재심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안호영 의원과 김정호 당 정책위 부의장의 경선이 확정된 완주·진안·무주의 예비 후보이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동생인 정희균 전 노무현재단 전북 공동대표도 “민주당은 전략공천할 이유가 없는 멀쩡한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묶는가 하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한 저를 공천에서 배제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