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복잡할 것 같아 집에 가는 길이 걱정입니다"
3만 여 명에 달하는 의사들이 3일 오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모여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3.1절 연휴 마지막 날 대규모 집회가 열린 탓에 공원을 찾거나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집회를 앞두고 여의도공원 일대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의사들을 실어 나른 전세버스들이 도로 한 편에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의사들은 공원 내부 산책로 꽉 채우고 집회 장소로 일사분란하게 이동하기도 했다.
주말을 맞아 여의도 인근 교회를 찾은 70대 강 모 씨는 "뉴스를 통해 집회 소식을 알았다"면서도 "평소와 다르게 도로가 막혀있고 사람도 많아 집에 돌아가는 길이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여의도 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가족과 함께 산책을 나온 아이들이 집회 구호 소리에 귀를 막고 길을 지나는가 하면 공원에서 러닝을 하던 한 시민도 집회 현장을 힐끗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가던 길을 재촉하기도 했다.
실제로 주최 측은 리허설 중 소음 수치를 점검하면서 "이것보다 더 크게 해보겠다. 기대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의사 파업 언제 끝나냐" "응급실에 의사가 없다더라"고 대화하며 지나가는 시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집회 현장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인근 상인들도 고충을 토로했다. 여의도 공원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상인 정 모 씨는 "도로가 막히면 손님들이 덜 오지 않겠냐"며 "오늘 장사가 잘 안 될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의료대란이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당산에 사는 정청근(74)씨는 "의사들이 무슨 말 할지 궁금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며 "지방 의사 부족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 각 시도 지부에서 올라온 의사들이 지역별로 깃발을 들고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원점 재검토', '의대증원X' 등이 적힌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집회 장소로 모여들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가) 정책과 제도를 악용해 의사를 영원한 의료 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 눈을 속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비대위와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 가족들도 함께 자리를 채우고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남편이 전북 전주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이라는 A씨는 "집회 참여자들이 많으면 좋을 것 같아 남편 따라왔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소통방식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경찰은 기동대 54개 부대, 약 3200명을 현장에 배치해 인파 및 교통 관리, 우발상황 조치 등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