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슈퍼마이크로컴퓨터’라는 사명으로 소규모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대만계 컴퓨터공학자인 찰스 량이 창업한 이 회사는 주로 컴퓨터 서버용 기판 등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슈퍼마이크로는 출범 후 고효율의 고성능 제품을 개발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07년 기업공개(IPO) 당시 2억 5000만 달러였던 시가총액이 현재는 500억 달러(약 65조 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주가가 폭등했다. 2022년 3월 주당 40달러 수준이었던 주가가 올해 2월 15일에는 약 25배인 1000달러를 뛰어넘었을 정도다. 이달 18일에는 슈퍼마이크로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편입된다.
슈퍼마이크로가 설립된 시기에 컴퓨터 서버 시장은 이미 휴렛팩커드(HP), 델과 같은 대기업들이 선점해 있었다. 이에 슈퍼마이크로는 차별화 전략을 폈다. 경쟁사들이 범용 서버를 소품종으로 대량 생산할 동안 슈퍼마이크로는 고객의 주문에 맞춰 최적화된 다품종 제품들을 소량 생산하는 전략으로 틈새를 파고들었다. 이를 위해 생산과정을 수직적으로 통합해 시장 수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경쟁사보다 전력 효율이 더 좋은 혁신 기술 개발에도 주력했다.
꾸준히 성장하던 슈퍼마이크로의 기업 가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분수령을 맞았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받아 슈퍼마이크로 서버 제품에 탑재하며 인공지능(AI) 시대에 최적화된 서버를 출시한 것이다. AI용 서버의 취약점은 엄청난 발열과 소음이었다. 마침 슈퍼마이크로는 액체 냉각 시스템을 개발해 발열을 효율적으로 낮추고 소음을 최소화했다. 이 같은 기술적 우위 덕분에 슈퍼마이크로는 AI 시대 서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경쟁자보다 먼저 시장 흐름을 읽고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전략만이 시장을 주도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도 기업들의 기술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범국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