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에 남기로 하면서 임 전 실장의 총선 이후 선택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임 전 실장이 민주당의 4·10 총선 공천 과정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희생’의 모습을 보인 만큼 향후 활동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 전 실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힌 뒤 배경화면에 ‘더불어민주당’이 적힌 이미지까지 내걸면서 민주당 잔류에 쐐기를 박았다. 서울 중·성동갑 공천 배제(컷오프) 결정 이후 일주일가량 이어온 거취 논란에 종지부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임 전 실장이 민주당 잔류를 택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임 전 실장의 다음 행보에 쏠린다. 당 안팎에선 임 전 실장이 우선 이번 총선을 외곽에서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실장은 4년 전 제21대 총선 당시에도 별도의 직함 없이 개인 자격으로 지원 유세에 나선 바 있다.
임 전 실장도 페이스북 이미지에 ‘4월10일 윤석열 정권 심판의 날’이라는 글을 남겼다. 민주당이 총선 캠페인으로 내세우는 ‘정권 심판론’에 큰 틀에서 함께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임 전 실장이 이번 총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총선 지원에 무게를 뒀다.
임 전 실장의 전 지역구였던 서울 중·성동갑에 전략공천 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당장 ‘러브콜’을 보냈다. 전 전 위원장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임 전 실장이) 수락을 해 주시면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고 함께 힘을 모아서 원팀이 돼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호소했다.
이재명 대표는 임 전 실장의 ‘역할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임 전 실장을 어떻게든 총선에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도 “정권 심판이라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힘을 합쳐주시면 더욱 고맙겠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에는 8월에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임 전 실장이 ‘친문(친문재인)’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데다가 ‘선당후사’ 이미지까지 구축한 만큼 이재명 대표에 맞서는 차기 당권 주자로 급부상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불공정 공천 논란으로 민주당이 당내에서 ‘질 수 없는 선거’로 평가하는 이번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이 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는 불가피해 임 전 실장의 역할론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상당수 친문 의원들이 공천 심사 과정에서 컷오프 되거나 ‘현역 하위 평가’를 받으면서 동력은 많이 떨어졌지만 이인영·고민정·윤건영 의원 등은 단수 공천을 받은 만큼 총선 이후 세력화 여지도 남아 있는 상태다. 여기에 경선 기회를 얻은 전해철·강병원·박용진·송갑석 의원 등 친문·비명 의원들도 힘을 보탤 수 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대선 이후 ‘친명’이 급부상했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주류 세력은 ‘친문’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총선 결과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임 전 실장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