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우리 홍준표 (대구)시장,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재직하는 중에 대구를 ‘마 한번 바까(바꿔)’ 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진행된 제16차 민생토론회에서는 2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대구 경북(TK)에 대한 애정을 직접 드러낸 점이다. 특히 TK 지역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면서 즉시 1000억 원의 인프라 투자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서 보수의 심장인 TK에서 TK의 언어로 지지층 결집하고 전국으로 보폭을 대폭 늘리는 모습이다.
◇사투리 쓰며 “대구, 어려울 때마다 큰힘”= 윤 대통령은 전날 대구 경북대에서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를 주제로 한 16번째 민생 토론회를 주재하고 “대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오래된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낡은 교통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구가 섬유산업의 쇠락 이후 성장이 정체된 만큼 로봇, 미래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구가 AI와 빅데이터 연구개발(R&D) 전진 기지로 도약하게 지원하겠다”며 “대구 서남부는 로봇과 모빌리티 산업의 거점으로, 대구 동부는 AI와 디지털 산업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구 달성군 국가 로봇 테스트필드에 2000억 원을 투입하고 대구 수성 알파시티를 국가 디지털혁신지구로 조성할 방침이다.
지역 숙원인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도 2030년까지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신공항 개항과 관련해 “대구 교통망 혁신의 기폭제로 만들겠다”며 이와 연계한 광역 급행 철도 건설, 민자 고속도로 개통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대구 동성로를 관광 특구로 지정하고 국립 구국 운동 기념관, 국립 뮤지컬 콤플렉스 등 문화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여권의 텃밭인 대구·경북 시민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지역 사투리로 마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해당 지역의 사투리를 쓰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은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기념식에서 인프라 지원을 밝히며 “제게 대구와 경북은 각별한 곳이다. (검찰에서)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도,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배운 곳도 바로 이곳”이라며 “어려울 때마다 대구시민, 경북도민께서 늘 큰 힘을 주셨다. 저와 우리 정부는 대구와 경북이 새로운 도약을 이루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경북대에서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팔공산 국립공원에 1000억원 규모 국가 재정 인프라 투자 시행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고품격 생태탐방코스와 편의시설을 설치해 명품 국립공원으로 만들겠다. 그리고 팔공산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구의 대표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오후에는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1987년 국립공원공단이 설립돼 국립공원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시작된 이후 국립공원 관련 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1년에 358만명이 찾는 팔공산이 이제야 국립공원이 된 건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팔공산은 태백산맥과 낙동강을 잇는 우리나라의 핵심 생태계 축이다. 15종의 멸종위기종과 5200여종이 넘는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자연자산의 보고다. 소중한 팔공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보존해 우리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지원책으로 “모든 분이 안전하면서도 불편 없이 팔공산 국립공원을 누리도록 탐방로, 주차장, 화장실을 비롯한 노후시설을 대폭 개선하겠다”며 “이동이 어려운 분을 위해 무장애 탐방로 같은 인프라를 확충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지역 신청 쇄도하는 ‘민토’…호남 강원도 찾을까=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지방 순방이 이어지면서 호남과 강원, 제주 등은 언제 찾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의 대구 민생토론회는 영남에서 열린 네번째 민생 토론회였다. 앞서 부산(지난달 13일·11차) 울산(21일·13차) 경남 창원(22일·14차)에서 토론회를 진행했다. 앞서 첫 10차례의 민생토론회는 서울에서 세 차례, 경기에서 일곱 차례 등 수도권에서 진행됐다. 비수도권은 지난달 13일 부산을 비롯해 울산과 경남 창원 이외에도 16일 대전(12차), 26일 충남 서산(15차)에서도 민생토론회가 열렸다.
윤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가 다음 달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정책 이슈’를 선점하면서 중도층의 표심도 가져오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29일 전국 18세 이상 20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2%포인트)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1.1%로 2주 연속 40%대를 이어갔다.
지난달 28∼29일 전국 18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이 46.7%, 더불어민주당이 39.1%로 조사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각 지역에서 들어오는 각종 일정이나 요청 중에서 실제로 정책적으로 관련성이 큰 지역을 골라서 방문하는 것”이라며 “향후 민생 토론회는 전국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