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촬영장에서 실탄이 장전된 소품용 총이 발사돼 촬영감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촬영장 무기관리자가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뉴멕시코주 샌타페이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 사건을 심리한 배심원단은 영화 ‘러스트’ 촬영장의 무기·소품 담당자 해나 구티에레즈 리드의 과실치사 혐의를 유죄로 평결했다. 구티에레즈 리드는 재판장에서 즉시 구금됐다. 뉴멕시코주에서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으면 최대 18개월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구티에레즈 리드는 2021년 10월 영화 ‘러스트’ 촬영 세트장에서 무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총격 사망 사건에 과실이 있다는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그는 당시 촬영에 쓰인 소품용 권총에 실탄을 장전했고, 이를 건네받은 주연 배우 알렉 볼드윈이 권총을 쏘는 장면을 연습하던 중 실탄이 발사되면서 맞은편에 있던 헐리나 허친스 촬영감독이 가슴에 총탄을 맞고 숨졌다. 구티에레즈 리드는 권총에 총알을 장전할 당시 실탄을 가짜 탄환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사건 당시 총을 격발한 볼드윈 역시 과실치사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된 바 있다. 그의 재판은 오는 7월 열린다.
그의 변호사 역시 재판에서 영화 제작진과 배우 볼드윈이 촬영장의 약자인 무기·소품 담당자를 ‘편리한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해왔다. 변호사는 또 영화 제작사가 비용을 아끼려고 구티에레즈 리드에게 무기 관리뿐 아니라 소품 보조 업무까지 떠맡겼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사건 발생 10일 전에 촬영장에서 실탄이 들어 있는 총알 상자가 찍힌 사진을 배심원단에 보여주며 구티에레즈 리드가 실탄을 촬영장에 가져온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배우가 가짜 탄환들이 실탄과 섞인 총을 들고 있을 때마다 러시안룰렛 게임과 같았던 것”이라고 비유했다. 러시안룰렛은 회전식 연발 권총에 총알을 하나만 넣고 서로 돌려가며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을 말한다. 검찰이 재판에 부른 6명의 영화 스태프들은 현장에서 안전 관련 회의가 계속 생략됐으며, 구티에레즈 리드는 때때로 무기가 장전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