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가 물러가고 완연한 봄 날씨가 찾아왔지만 사무실 곳곳에서는 여전히 ‘콜록콜록’ 소리가 들린다. 황 대리(34)도 기침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황 대리는 무기력감과 함께 감기 기운을 느끼는 등 잔병치레가 잦아졌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업무 탓에 건강 관리가 뒷전이 되어가던 중 옆자리 동료의 눈치가 보일 정도로 기침이 심해지자 겨우 시간을 내 진료를 받은 황대리. 환절기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기라는 소견과 함께 ‘건강을 좀 돌보라’는 의료진의 충고에 자신의 일상을 돌이켜 봤다. 매번 지하철로 출근해 사무실로 직행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건물 내 지하 식당에서 급히 밥을 먹은 후 오후 내내 컴퓨터 앞에 있다가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일상. 그는 자신이 햇볕을 쐬거나 운동하는 등 건강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면역력을 높여 환절기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건강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3·1절 연휴를 맞이했던 지난 주말 모처럼만의 나들이를 계획했다가 낭패를 본 이들이 제법 많았을 것이다. 영하 1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며 매서운 꽃샘 추위가 갑자기 찾아왔기 때문이다. 한겨울에나 어울리는 칼바람과 영상과 영하를 널뛰기 하는 기온이 이어지면서 절기상 만물이 깨어나는 ‘경칩(驚蟄)’임에도 봄의 기운을 느끼기엔 어려웠다.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환절기에는 무엇보다 건강 관리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3월에 들어서면 황 대리처럼 감기에 걸리는 환자들도 크게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감기 환자는 작년 2월 247만 8736명에서 3월 332만 7702명으로 한달새 34%나 증가했다. 2022년의 경우 3월에 감기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12월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올해는 작년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독감으로 인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발령한 독감 유행주의보를 오는 8월까지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환절기마다 이러한 질환이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된 원인은 바로 면역력 결핍이다. 춥고 따듯한 날씨가 변덕스럽게 반복되면 체온 관리가 어려워진다. 면역력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활동력을 떨어뜨려 바이러스 감염률도 높아지 게 마련이다. 황 대리처럼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고, 꾸준한 운동습관을 갖지 못한 직장인들의 경우 체내 비타민D 합성량이 적을 뿐 아니라 면역력 관리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한 구인·구직 플랫폼이 직장인 750명을 대상으로 입사 전·후의 건강 상태를 비교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0.2%가 ‘입사 후 건강이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이러한 응답은 30대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면역력 저하’가 ‘체형 변화’, ‘수면 부족’ 등과 함께 건강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 면역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으로는 휴게시간을 활용한 야외 산책, 스트레칭, 운동 등이 있다.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면역력이 쉽게 향상되지 않고 무기력감, 체력 저하, 잦은 감기 등의 증상이 이어진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통해 적절한 관리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한의학에서는 면역력 향상을 위해 산삼약침, 황련해독약침, 자하거약침 등의 약침 치료와 한약 처방을 주로 활용한다. 약침은 순수 한약재 성분을 정제해 체내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근골격계 질환 치료 외에도 면역력 증진, 혈행개선, 피로회복 등에 활용된다. 한약의 경우 한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체질과 증상에 맞게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공진단, 육공단, 보중익기탕과 같은 보약은 원기를 보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특히 육공단의 면역력 증진 효과는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이 최근 SCI(E)급 국제학술지 ‘헬리온(Heliyon)’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이 실험 쥐에게 10일간 육공단을 경구 투여하고 주요 면역세포들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육공단 투여군의 비장에서 T세포, B세포 등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핵심 세포들의 활동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D4+, CD8+, NK세포 등의 면역세포들도 더욱 활성화됐으며, 그 중 CD8+세포의 수는 최대 81.8%까지 증가했다. 또 면역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BCL-2단백질이 증가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을 맞아 많은 이들이 건강 관리를 목표로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힘든 직장 생활에 치이다 보면 이러한 다짐은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면 일상생활에서 세심하게 관리하는 습관을 꾸준히 유지해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화사한 봄 날씨처럼 밝고 건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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