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증원하는 의대 정원을 비수도권에 80%, 수도권에 20% 정도로 배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필수의료를 되살리겠다는 이번 의료 개혁의 목적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역 거점 병원을 ‘빅5’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공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14일 “(대학별 정원 배정을 위한) 정원배정심사위원회를 본격 가동해 속도감 있게 논의하고 의대 정원 배정을 확정하도록 철저히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에 증원하는 2000명 중 80%(1600명)는 비수도권, 20%(400명)는 수도권에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나는 정원은 50명 이하 소규모 의대 17곳에 우선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지역 의대에서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현행 40%에서 6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이는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하며 공개한 △비수도권 의대 중심 집중 배정 △소규모 의과대학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필수의료 지원 필요성 등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정원배정심사위에서 세부적인 배정 기준을 확정한 뒤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대학별 정원 배정을 마무리한다.
다만 구체적인 배정 비율은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정원배정심사위를 운영 중”이라며 “현재 배정 기준과 대학의 제출 사항을 점검하는 상황이라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비수도권 의대 우선’ 기조는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국립대 의대를 지역 거점으로 육성해 지역의료 네트워크를 선순환 구조로 만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빅5’ 등 주요 대형 병원이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돼 있어 비수도권 중증 질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상경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맞춤형 지역 수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분만 분야에 지역 수가를 적용하는 것처럼 지역과 의료 수요에 따라 추가 수가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특별시·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분만 의료기관에는 분만 건당 55만 원이 추가 지급되고 있다.
정부는 맞춤형 지역 수가 지급을 위해 의료 수요와 의료진 확보 가능성 등 의료 공급 요소를 지표화한 ‘의료 지도’를 만든다. 지역 내 의료기관의 허리 역할을 하는 지역 종합병원도 집중 육성한다. 중진료권 단위별로 의료 수요를 고려해 약 3~4개의 지역 종합병원을 육성하고 골든타임을 요하는 응급, 심·뇌, 외상 등 중증 응급 환자에 대한 치료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소아·분만 등 특화된 기능 또한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