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의료진이 여동생을 위해 간 이식을 해주기로 결심한 20대 청년의 간절제술 전 과정을 복강경으로만 시행하는 데 성공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혈관 변이가 심해 출혈 위험이 높다는 악조건을 딛고 남매의 건강을 지켜낸 사례라 사연을 접한 이들을 더욱 뭉클하게 만들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간이식을 담당하는 조원태·이정민·유태석 외과 교수가 혈관 변이로 난이도가 높은 간절제술의 전 과정을 복강경 수술로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A(23) 씨는 작년 7월부터 간경화로 전신 부종과 연부조직 감염, 위장관 출혈 등의 소견을 보여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간기능이 이미 심하게 떨어진 탓에 상태가 점점 악화됐다.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말에 오빠인 B(29) 씨가 간기증을 하겠다고 나섰다. 수혜자와 공여자의 심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복강경 방식으로 B씨의 간을 절제하려던 의료진은 또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검사 결과 B씨는 간과 연결된 혈관인 간문맥과 간담관에 심한 변이가 있었던 것. 간이식 수술은 담도와 혈관 등을 정밀하게 박리해야 이식 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출혈 위험이 높아 개복수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복부에 1㎝가량의 작은 흉터만 남기는 복강경 간절제술에 비해 개복수술은 주변 조직의 손상이 크고 통증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간이식팀은 수많은 수술 경험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살려 올해 1월 본래 계획대로 복강경 간절제술을 진행했다. B씨의 복부에 1㎝ 가량의 구멍 4개를 뚫어 복강경기구를 삽입, 간 우엽을 절제했다. 형광염료를 몸에 주입하는 ‘인도시아닌 그린(ICG) 형광검사’를 통해 간담관의 변이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한 다음 박리, 결찰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변이로 인해 절제 부위가 모호했던 간문맥의 경우 간의 좀 더 깊은 부분까지 개별 박리 후 확인하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했다. 조심스럽게 1㎏ 가량의 간을 절제했고, 하복부 팬티라인을 추가로 절개해 간을 몸 밖으로 적출한 다음 신속하게 A씨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펼쳐졌다. 여동생에게 간을 기증한 B씨는 수술 후 합병증 없이 7일 만에 퇴원했고 A씨도 빠르게 회복해 지난달 퇴원했다. 치료과정에서 A씨 가족의 어려운 형편을 알게 된 의료진은 사회사업팀을 통해 의료비와 간병비 지원을 연계해 무사히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유 교수는 “혈관과 담도 구조에 변화가 있는 공여자에 대한 복강경 수술은 난이도가 매우 높다. 특히 이번 수술은 타인의 혈액이나 혈액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무수혈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간이식팀의 정교한 술기로 출혈을 최소화하며 빠른 시간 안에 시행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간을 이식받은 환자의 혈관과 담도의 문합부위가 누출 없이 정교하게 연결됐고 추가 검사에서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이식수술의 적응증을 넓히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