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최근 검찰이 여천NCC의 전 대표이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정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근로자 4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사고인데다 일차 수사를 맡았던 고용노동부와 법 위반을 두고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는 중대재해법이 시행 초기여서 반기 점검 의무를 적용하지 못하고 화학사업장 자체의 안전체계 특성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에 따르면 최근 광주지방검찰청은 여천NCC 전 대표 등 2명의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했다. 대신 여천NCC총괄 공장장 등 9명은 산안법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는 여천NCC가 2022년 2월 여천NCC 3공장 내 폭발로 근로자 4명이 목숨을 잃고 근로자 4명이 다친 지 약 2년 만에 이뤄진 검찰 결론이다.
검찰은 여천NCC가 중대재해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중대재해법 위반했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중대재해법 주무부처인 고용부도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면 사망사고가 일어나도 처벌 받지 않는다는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여천NCC의 중대재해법 무혐의 가능성은 사고 직후 수사 단계에서도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중대재해법이 2022년 1월27일 시행되면서 법에서 요구하는 반기 1회 안전관계법령 의무를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천NCC는 2022년 2월 사고를 냈다. 여천NCC가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안전 시스템을 뜻하는 PSM 사업장이란 점도 중대재해법 위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근거 중 하나였다. PSM 사업장은 일반 사업장 보다 안전관리체계가 더 낫다.
하지만 노동계는 검찰의 판단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일차 수사를 맡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두 전 대표에게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기 때문이다. 고용부 소속 근로감독관은 검찰로부터 수사 지휘를 받기 때문에 이들이 낸 기소의견을 검찰이 뒤집는 경우는 드물다. 판단이 엇갈릴 때는 공소 유지가 가능하냐가 쟁점일 때다.
게다가 광주고용청이 여천NCC사고 후속조치로 사고 두 달 뒤 여천NCC의 여수지역 4개 공장에 대해 특별감독을 한 결과 1117건의 산안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이 중 619건은 사법조치가 이뤄졌다. 당시 황종철 청장은 “여천NCC는 안전보건 수준 향상을 위한 시설개선, 인력충원, 협력업체 지원, 관리시스템 개선 등 적극적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천NCC 사고 이후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사고 책임 규명 활동을 해온 민주노총은 15일 논평을 통해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한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광주청 감독으로) 안전교육, 노후설비, 다단계 하도급 등 구조적인 산업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드러났지만, 법원이 인과관계를 밝힐 기회를 잃었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 수사는 장기화되고 사고를 낸 대기업의 불기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검찰은 중대재해법 무력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