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반려동물 '협회'라더니…알고 보니 경매장, 펫숍 사장님들[지구용]

협회 이사진이 전국 18개 경매장 중 7개 소유

펫숍·번식장 운영도…카라 "펫 산업 최대 포식자"

7월 말 동물권행동 카라, KK9, 코리안독스, 유엄빠 등이 보령 불법번식장에서 구조한 아이. 평생 갇혀서 낳은 새끼들은 경매장으로, 그리고 전국으로 펫숍으로 팔려갑니다. /이하 사진은 모두 카라 제공.7월 말 동물권행동 카라, KK9, 코리안독스, 유엄빠 등이 보령 불법번식장에서 구조한 아이. 평생 갇혀서 낳은 새끼들은 경매장으로, 그리고 전국으로 펫숍으로 팔려갑니다. /이하 사진은 모두 카라 제공.




얼마 전 '반려동물과 교수가 알고 보니 경매장 사장'이란 기사 보셨을 겁니다. 불법 번식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전국 펫샵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홍 모 교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거죠.



해당 대학은 곧바로 홍 교수를 파면했고 해당 지역 지자체도 번식장 고발, 폐쇄 절차에 나섰지만(관련기사) 이게 끝이 아닙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KK9, 코리안독스, 유엄빠 등이 파헤쳐보니 홍 교수가 속한 '반려동물협회' 이사진들이 전국 총 18개 경매장 중 7개 경매장을 소유하고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동물 판매의 구조와 홍 교수 일당의 이야기, 차근차근 짚어드립니다. 다소 처참한 사진이 포함돼 있어 주의 당부드립니다.

불법 번식장에서 경매장으로, 다시 전국 펫숍으로


경매장은 전국의 번식장에서 태어난 아기 동물들을 펫숍 주인들이 사 가는 장소입니다. 현재 전국에 총 18곳. 그 중에 2곳을 홍 교수가 운영하고 있었고 두 경매장에선 매년 3만6000마리나 '거래'됐다고 합니다.

어린 동물을 물건처럼 판매한다는 점은 제외한다 치더라도, 경매장에서 죽는 어린 개·고양이들이 있단 사실을 아십니까? 불법 번식장에서 태어난 약하디 약한 아이들이 경매에 부쳐지기 전 '예쁘게 보이기 위해' 목욕을 당하는데요. 물건처럼 다루는 거친 손길에, 갑자기 쏟아지는 물을 맞고 놀라서 죽어버리기도 합니다. 한겨레신문의 김지숙·신소윤 기자님이 직접 잠입 취재해서 쓴 책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에서 정말 충격적이었던 대목입니다.

그리고 경매장에서는 불법 번식장에서 데려온 동물들도 팔립니다. 마리당 경매 수수료가 11%나 되는 수입을 포기하기 아쉬워서일 겁니다. 경매장 자체는 동물판매업으로 규제를 받지만, 무허가 불법 번식장의 동물들을 경매에 부치는 것까지 제대로 단속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카라에 따르면 경매장 거래의 무려 50%가 불법 번식장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홍 교수가 운영해 온 '유성동양경매장'과 '천안동양펫타운'에서 경매전표 12회분을 입수해 살펴봤더니 출하자(아기 동물을 경매에 부친 번식업자) 중 22% 이상이 무허가 번식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불법 번식장 중 하나가 보령 번식장이었습니다. 지난 7월 26일 카라·KK9·코리안독스·유엄빠가 478마리나 구조한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번식장. 환경이 열악한 건 물론이고 곳곳에서 불법으로 묻어버린 개 사체 수십여구가 발견(위 사진)됐습니다.

동물 파느라 바빴던 반려동물협회 이사들



홍 교수는 경매장 운영에 그치지 않고 '코**러리'란 무허가 번식장의 이름으로 동물들을 경매장에 출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 홍 교수는 '반려동물협회'란 곳의 등기 이사로 소속돼 있었는데요. 이 '반려동물협회'의 다른 이사진들도 똑같은 동물 매매꾼들이었습니다. 임 모 이사는 '펫*'라는 펫숍의 공동대표이고 김 모 이사는 코**러리 부산경매장 대표. 황 모 이사는 이천과 하남 경매장 및 펫숍, 허가 번식장 대표였습니다. 미*펫이라는 펫숍에 관여한 이사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운영하는 동물 판매 및 생산 사업체의 수는 무려 17곳. 경매장만 보면 전국 18개 경매장 중 7개가 이들 소유입니다.

보령 불법 번식장의 개들은 다행히 모두 구출됐습니다.보령 불법 번식장의 개들은 다행히 모두 구출됐습니다.


그럼 결국 반려동물협회는 동물 판매업자들이 모인 협회인 셈입니다. 협회 이사들과 이들의 '사업체'들은 불법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들을 허가 번식장 출신인 것처럼 '신분 세탁'을 한 정황도 있습니다. 합법 번식장이나 경매장의 동물들은 '개체관리카드'에 태어난 날짜 등이 적혀 있는데, 홍 교수의 경매장에선 강아지들이 모두 '생후 61일'이었거든요. 참고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생후 60일 미만인 강아지는 매매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부 생후 61일로 개체관리카드를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카라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인가한 반려동물협회가 펫 산업의 최대 포식자로 이득을 챙기고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동물 불법 판매와 결탁된 경매장, 그 이익집단인 반려동물협회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령 불법 번식장 구조 현장.보령 불법 번식장 구조 현장.


카라와 동물단체들의 노력 덕분에 홍 교수는 파면됐고 불법 번식장과 경매장 몇 곳 정도는 문을 닫겠지만, 이 산업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역시 사지 말고 입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지인들에게도 이런 현실을 꼭 알려주시고, 유기동물을 분양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그냥 펫숍인 신종펫숍도 반드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신종펫숍 구별법은 여기).

여기까지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읽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분노를 연료 삼아 앞으로도 계속 관심 가져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홍 교수와 반려동물협회 이사들에 대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카라의 이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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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


유주희 기자·팀지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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