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위성정당 ‘이념 잡탕’에 ‘몰빵·뷔페’ 논쟁, 이런 비례제 필요한가[사설]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병폐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준연동형 유지’를 결정한 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이어 양당은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을 위성정당으로 이적시키고 있다.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복제 정당’의 순번을 끌어올리기 위한 꼼수다. 특히 야권이 만든 비례대표 정당들은 이념·노선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은 ‘잡탕 정당’으로 전락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이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군에 진보당 후보 3명을 포함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은 강령에 한미 관계 해체, 재벌 경제 해체, 교육·주거·의료 무상 제공 등을 명시했다. 민주당 당헌에 굳건한 한미 동맹 등이 규정된 것을 감안하면 ‘두 색깔 정책 연대’에 대해 유권자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법과 도덕성 차원에서 흠결이 있는 인사들이 제대로 검증받지 않고 비례대표로 쉽게 당선되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도 큰 문제다.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후보 당선권 중 최소 6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거나 수사·재판 중이다. 이런데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반성도 하지 않고 야권 지지층 표심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의 이 대표는 최근 “더불어몰빵으로 심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를 찍어달라는 것이다. 이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외치더니 20일에는 유튜브를 통해 “뷔페에 가면 여러 코너가 있지 않느냐”면서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의 강령과 인물을 보고 선택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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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제는 직능단체들과 사회적 약자 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1963년 도입됐다. 본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잡탕 위성정당’ 난립을 조장하는 현행 준형동형 비례대표제가 더 이상 유지돼서는 안 된다. 이번 총선에서 능력과 도덕성 측면에서 자격이 없는 비례대표 후보들을 심판하고 총선 후에는 잘못된 비례대표제를 즉각 개혁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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