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전 금호석유(011780)화학 상무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 잡고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일으킨 세번째 ‘조카의 난’이 또 패배로 돌아갔다. 박 전 상무 측은 주주가치 제고 분위기에 편승해 자사주 전량 소각 등 주주제안을 내놨지만 주총 표 대결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제47기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이 예상됐던 박 전 상무 측의 주주제안인 △주총 의결(이사회 없이) 만으로 자사주 소각 가능토록 정관 변경 △자사주 약 525만 주(지분율 18.4%·7400억 원) 전량 소각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선임 안은 모두 부결됐다. 박 전 상무 측은 회사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를 과도하게 보유하면서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대신 회사 측 안건인 △2026년까지(3년 내) 자사주 약 50%(262만 주) 소각, 6개월 동안 소각 목적의 자사주 500억 원 추가 매입(찬성율 74.6%)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최도성 한동대 총장(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선임(76.1%) 등이 채택됐다. 이 외에 재무제표 승인·사외이사 2명 선임·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 등은 회사 측 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박 전 상무 측의 패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른바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박 전 상무 측의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낸 데다, 지난 21일에는 국민연금까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잇따라 숙부인 박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시도했다. 그러나 박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지분율인 15.89% 대비 박 전 상무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0.88%로 표 대결에서 이기지 못했다. 이후 해임됐고 2023년 주총에서는 별도 제안을 하지 않았다. 올해는 차파트너스에 주주권리를 위임하면서 ‘소액주주 권익 보호’로 전략을 바꿨지만 주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박 전 상무 측이 표 대결에서는 졌지만, 회사 측의 자사주 50% 소각 계획을 이끌어냄으로써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용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남은 자사주 50%를 제 3자에 매각하지 않고 투자 재원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총은 오전 9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의결권 위임 현황 파악에 시간이 지체되며 10시10분에서야 회의가 열렸다. 주총 중간에는 진행을 맡은 박상수 감사위원장과 차파트너스 측 관계자 간 의사 진행 발언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