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대표이사직 사임…“소유·경영 분리”

임기만료·ESG경영 강화 내세워

정태웅·박기덕 각자대표 체제로

"영풍과 법적 분쟁에 부담" 분석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제공=고려아연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제공=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고려아연 측은 임기 만료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대표직 교체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영풍(000670)과의 법적 분쟁으로 대표직 수행에 따른 부담이 커져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고려아연의 새 대표로는 정태웅 제련사업 부문 사장이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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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달 20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각자대표로 있던 박기덕 대표가 자리를 지킨 가운데 공백은 제련사업 부문을 이끌던 정 사장이 메우게 됐다. 고려아연은 공시를 통해 ‘임기 만료’를 대표 교체 배경으로 내세웠다. 아울러 ESG 경영 강화를 대표 교체 이유로 내놓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 회장이 물러난 가장 큰 배경은 ESG 경영 강화”라며 “최근 조직 내에 지속가능위원회를 두고 경영과 소유 분리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따르려는 노력을 해왔고 이에 따라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영풍과의 갈등으로 대표직 수행에 따른 부담이 커져 최 회장이 대표직을 넘겨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풍은 과거 고려아연과 현대차 해외 법인 HMG글로벌 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무효로 해달라며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사모펀드 관련 의혹도 제기하는 등 오랫동안 동업 관계를 유지해온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영풍이 소송을 걸어올 수 있어 최 회장으로서는 대표직을 유지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지금 일어나는 법적 분쟁은 대표직 교체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영풍은 이번 고려아연 대표이사 변경과 관련해서는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함께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를 최 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장 씨 일가가 맡아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2022년부터 고려아연을 두고 지분 싸움을 벌이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 씨 일가 측이 33%, 장 씨 일가 측이 32%를 보유하고 있어 차이가 1%포인트 내외다.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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