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손경식 경총 회장 "오너가 주가 하락 바라서야…최고 60% 상속세율 개선 시급"

[서경이 만난 사람-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대담=이철균 산업부장

OECD 평균 두배 웃도는 과도한 상속세율 '기업하려는 의지' 꺾어

'소유·경영 분리 모범' 유한양행도 잡음…전문 경영인 맹신 피해야

최우선 과제는 노동시장 선진화…연공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 추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주요 선진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율의 개편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주요 선진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율의 개편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요즘 은퇴를 앞둔 기업 오너들이 고민이 많습니다. 가업승계를 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을 사실상 내놓으란 얘기인데 이런 조세 환경에서 누가 일생을 바쳐 기업을 경영하려고 하겠습니까. ‘기업하려는 의지’를 꺾는 과도한 상속세율을 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로 잡아야 합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1세대 창업주에서 2세대, 3세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상속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상장사의 경우 최대주주 주식 할증까지 더하면 최고 상속세율이 60%에 달해 가업승계를 앞둔 오너들은 기업의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전 세계 주요 국가들과 견줘 과도할 만큼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세액공제를 반영해 추산한 국내 상장사의 최고 실효세율만 58.2%다. 상대적으로 상속세율이 센 국가인 미국(39.9%)은 물론 독일(30%), 영국(20%)보다 높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상속세율의 20%)을 더한 명목 최고세율 역시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6.5%를 크게 웃돈다.

손 회장은 “과도한 상속세율은 가업승계를 앞둔 기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해 세 부담이 지나치면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기 때문에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조세 환경 아래에서 취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경총의 중점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경총의 중점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손 회장은 최근 불거진 ‘유한양행’ 사태를 거론하며 전문 경영인 제도 역시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1929년 설립된 유한양행은 그동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으로 꼽혀왔다.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1969년 자녀들에게 상속을 포기한 후 지금까지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회장직 신설을 둘러싸고 현 대표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깨뜨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내부에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서구의 기업 발전사를 보면 오너가가 기업을 먼저 성장시킨 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게 된 것”이라며 “그렇다고 전문 경영인을 두면 다 잘 될 것이라고 너무 과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세기 넘게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던 유한양행에서도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기업 지배구조는 형식이 아니라 운영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손 회장의 생각이다.

2월 경총 정기총회에서 회원사의 만장일치로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손 회장은 올해 최우선 과제로 노동시장 선진화를 꼽았다. 그는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노조법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경영을 위협하는 악법들을 막아 내느라 노동 개혁에 힘을 쏟지 못해 아쉬웠다”면서 “노동시장 선진화는 우리 경제의 활력 제고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꼭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이와 관련해 ‘노동개혁추진단’을 구성해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노동 개혁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손 회장은 “경총 자체 인력에 외부의 전문가들까지 더해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며 “4월 초까지는 추진단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 개혁은 결국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힘을 얻을 수 있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노동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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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의 구체적인 선진화 방안으로 연공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유연화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임금 체계는 저성장 기조 장기화와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연공 중심의 임금 체계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연공의 벽을 넘을 수 없는 임금 체계로는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고 이들의 잠재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노동시장을 조성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일의 직무와 성과에 맞게 보상 받는 임금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면서 “현 근로기준법은 노사가 합의해야만 임금 체계를 바꿀 수 있는데 일본처럼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갖출 경우 노사 합의 없이도 개편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근로시간 유연화와 관련해서는 “일감이 많을 땐 더 일하고 많이 받고 적을 땐 쉬는 게 기업은 물론 근로자에게도 좋다”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연장근로 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찬성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연장근로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안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변경할 경우 근무일과 다른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 시간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의 건강도 고려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정부안에 대해 노동계가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주 69시간제’라는 왜곡된 여론을 조성해 제도 개선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게 손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근로시간 제도라는 게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복잡하다 보니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의 개편안도 주69시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닌데 설명하는 과정에 오해가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연장근로와 관련한 사회적 대화가 재개된 만큼 노사정이 현재의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기업의 각 상황에 맞게 노사가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부와 경영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법은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손 회장은 “전복된 배에서 구사일생한 선장에게 ‘왜 동료를 바다에 빠뜨려 잃게 했느냐’며 책임을 묻는다면 너무한 것 아니냐”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장이 직원들의 산재 발생을 이유로 구속된다면 그 회사는 무너지고 직원들도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준비가 부족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법 적용 연장을 위한 재입법 추진이 필요하다”며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꺾고 있는 과도한 처벌 수준을 완화하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법 개정과 별도로 산재 예방을 위한 지원 활동도 강화해 나갈 뜻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소규모 사업장에 산업 안전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83만 7000여 개에 이르는 중소·영세기업을 모두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경총은 ‘중대재해 종합대응센터’를 설치해 안전한 산업 현장을 조성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방경총과 협업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하고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매뉴얼·가이드 개발 및 보급에 나선다. 역량 있는 대기업의 참여를 통해 중소기업 및 협력사의 안전 보건 수준 향상을 지원할 수 있는 협력 모델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He is…

△1939년 서울 △1957년 경기고 △1961년 서울대 법대 △1968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학원 석사 △1987년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 △1991년 삼성화재대표이사 부회장 △1994년 CJ 대표이사 회장 △1995년 CJ그룹 회장 △2005~2013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07년 CJ제일제당 대표이사 회장 △2010년 G20 정상회의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장 △2011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2018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리=서민우 기자· 노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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