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장난감 기업’을 떠올려 보라는 질문에 십중팔구는 ‘레고’의 이름을 답할 것이다. 1932년 설립돼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레고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린 시절 레고를 가지고 놀았던 추억이 있는 어른들까지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장난감이다. “오직 최고만이 최선이다”라는 철학 아래 수많은 장난감을 출시해 온 레고는 전 세계 사람들의 어릴 적 동심과 꿈, 희망을 상징한다.
블록장난감의 대표가 돼 보통명사화된 레고지만 항상 1위의 자리를 지켰던 것만은 아니다. 신간 ‘더 레고 스토리’는 레고가 어떻게 그들만의 위대한 장난감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는지 레고의 역사 속 부침을 조명한다.
레고는 198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그리고 2010년대 후반 각각 경영 위기에 봉착한다. 1980년대의 경영 위기는 레고의 핵심인 블록의 특허 만료에서 비롯됐다. 블록 구조에 대한 특허가 풀리자 수많은 기업들이 블록장난감 시장에 뛰어들었다. 거기에 닌텐도 등 비디오 게임의 등장으로 아이들은 레고를 잊어 갔다.
레고는 이 위기를 4가지 전략을 통해 극복한다. 첫째는 잘하는 일에 집중하기, 둘째는 계속해서 히트작 내놓기, 셋째는 탄탄한 커뮤니티 활용하기, 넷째는 명확한 존재 의의 세우기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전략들이지만 이를 지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조직 내부의 경쟁력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되 꾸준히 새로운 작업물을 내놓아야 한다. 또 외연을 확장하면서도 강력한 팬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연결을 강화해 그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도 조직의 가치를 확고히 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정립된 원칙은 여러 번의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레고의 전 대표인 요안 비 크눗스토프는 “존재 의의에 기반한 탄탄한 전략이야말로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비책”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레고는 2010년대 후반에 또 다시 비슷하게 반복된, 스마트폰이나 모조품에 의해 야기된 위기도 다시금 극복할 수 있었다.
레고는 지난해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글로벌 기업 평판 1위에 올랐고, 9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장난감 브랜드 1위에 올랐다. 레고의 브랜드 가치는 17조 원에 이르고, 지난해 매출은 13조 원, 영업이익은 3350억 원 수준이다. 닐스 크리스티얀센 레고그룹 대표는 최근 주주서한에서 “2023년은 장난감 업계가 지난 15년 중 가장 힘든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룹은 계속 성장해 나갔고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며 “절반이 넘는 새롭고 혁신적인 포트폴리오가 모멘텀을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레고그룹은 미국과 베트남에 공장을 착공하고 브랜드 매장을 늘리는 등 오프라인 경험 확대와 동시에 디지털 역량도 확대한다. 에픽 게임즈, 포트나이트 등과의 협업이 그 예시다. 시장지배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혁신 추구를 계속하는 레고의 모습을 국내 기업들도 본받아야 할 때다. 2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