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 스티커 수백장을 붙여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이 구형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 3명이 무죄를 주장했다. 스티커 부착으로 통행 등 지하철 승강장의 효용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지충현 판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박 전장연 대표와 권달주 상임공동대표,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박 대표 등의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재물손괴가 성립되려면 스티커 부착으로 승강장의 효용이 훼손돼야 한다”며 “그런데 승강장은 시민이 지나다니는 통로로 스티커를 붙였다고 해도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는 장애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었다”며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에 따라 헌법상 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고 박 대표에게는 벌금 500만 원, 권 대표와 문 대표에겐 벌금 200만 원 형을 구형했다.
박 대표는 이날 법정에서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재물손괴라는 시각으로 우리를 재단하시면 유죄”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외치는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권리를 외치는 것은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희들은 불가촉천민이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기본적 권리인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아직도 지하철역에서 외치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장애인들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박 대표와 권 대표, 문 대표는 지난해 2월13일 4호선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전장연 측 주장이 담긴 스티커들을 승강장 바닥에 부착하고, 락카 스프레이를 분사해 구기정 삼각지역장에게 고발당한 바 있다.
한편 선고 기일은 내달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