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에 “합리적인 의대 증원 규모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전공의와 의대생 93%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가 ‘백지화’돼야 정부와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대전성모병원 인턴)를 맡고 있다가 올 2월 사직한 류옥하다 씨는 2일 서울 광화문에서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 온라인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여론조사에는 전체 전공의 1만 2774명과 의대생 1만 8348명 중 1581명(5.08%)이 응답했다.
류옥 씨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 현실과 교육 환경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는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감축 또는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96%(1518명)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64%(1014명)는 “감축해야 한다”, 응답자의 32%(504명)는 “기존 정원인 3058명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자는 4%에 불과했다.
특히 ‘전공의 수련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조건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는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요구하는 이들이 93.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73.4%), “전공의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순이었다.
이와 관련해 류옥 씨는 “전공의들이 복귀하기 위한 조건이라기보다는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한 최소한의 선행 조건에 가깝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전날 담화문에서) 의대 증원 2000명을 고수하겠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이걸 보고 복귀할 전공의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류옥 씨는 “정치는 사실의 싸움이 아닌 인식의 싸움이라 전공의들의 인식이 중요하다”며 “전공의들의 마음이 많이 다쳐 지금은 분노, 불신을 거쳐 무관심에 이른 상태”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전일 ‘의료계에서 증원 규모와 관련해 통일된 입장을 모아달라’고 요청한 뒤 전공의 차원에서 진행되는 논의가 있는지 묻자 류옥 씨는 “입장을 보류하겠다”고만 답했다.
대학병원 수련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전공의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전체 업무 중 수련 비중은 10%가 안 되고 90%가 노동이라고 답할 것”이라며 “(노동력이) 싸다는 이유로 인쇄, 물통 나르기, 바닥 닦기 등 의사 본연의 업무에서 동떨어진 일들을 하는데 이렇게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필요한 일일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