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롯데카드 매각이 본격화한다. 롯데카드 인수전 결과에 따라 카드 업계 판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포화로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롯데카드가 사실상 카드 업계의 마지막 남은 매물이라는 점에서 물밑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7일 카드·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투자 5년차에 접어든 올 하반기 매각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 전망이다. 꾸준한 원매자가 있는 만큼 하반기 금리 인하와 함께 자금 조달 여건이 나아지면 시장 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매각가는 약 3조 원으로 추정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이뤄 1조 7500억 원에 롯데카드 지분 80%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가 1조 3810억 원에 롯데카드 지분 59.83%과 경영권을 가져왔고 우리은행은 지분 20%를 확보했다. 지난해 MBK파트너스는 자회사 로카모빌리티만 맥쿼리자산운용에 4150억 원에 매각했다. MBK파트너스는 매각 추진과는 별개로 오는 10월 만기인 인수금융 리파이낸싱도 고려 중이다.
관심을 표명한 잠재 인수 후보는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하려는 KB·하나·우리 등 금융지주사다. 지난 2022년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 금융지주사 2곳 및 핀테크 업체 1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롯데카드는 회원수 911만 명(올 2월 기준)으로, 신한카드(1391만 7000명)·삼성카드(1267만 1000명)·KB국민카드(1185만 명)·현대카드(1182만 2000명)에 이어 5위다.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는 카드 3사 누구든 롯데카드를 품게 되면 단순 계산으로 업계 1위가 될 수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복 회원들도 있어서 1더하기 1이 2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어느 카드사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든지 현재 양강 구도인 카드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인수 효과는 가입자 확대에 그치는 게 아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하이마트 등 유통채널에서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롯데카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롯데 유통망에서 사용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협상 과정에서 변동 가능성도 있으나 인수 측은 롯데의 20%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략적 제휴를 통해 ‘롯데’ 브랜드 네이밍을 계속 사용하기를 희망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현재 증권·보험사 인수에 집중하는 우리금융지주 계열의 우리카드보다는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의 인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하나카드의 경우 이전에도 롯데카드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왔고, KB국민카드는 고금리로 여신전문금융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외형 성장에 적극적이다. KB국민카드 이창권 사장은 '1등 카드사 위상 회복'을 경영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카드사의 한 고위 임원은 "KB국민카드는 쿠팡과의 제휴 이후 공격적인 영업을 계속 이어오고 있고, 하나카드 역시 이전부터 (롯데카드에)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의 실적도 증가세다. 순이익을 보면 지난 2020년 1307억 원에서 2021년 2414억 원, 2022년 2780억 원, 2023년 3679억 원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