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민주 압승에…산은 부산행 열차 멈추나

[본점 이전 백지화 위기]

野 신중론에 산은법 개정 불투명

반대하던 금융노조위원장도 당선

서울부지도 단시간에 매각 쉽잖아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던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신중론을 펼쳐왔던 야당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은 이전을 반대하던 박홍배 전 금융노조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함에 따라 정부가 추진해오던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이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은 이전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다.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가 산은 이전 계획을 연내 승인하겠다는 내용의 업무계획을 발표했고 산은 역시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제출했다. 산은은 서울에 100명 정도의 최소 인력만 남기고 부산으로 본점을 옮기는 방안을 금융 당국에 보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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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로드맵이 이행되려면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은행법 4조 1항에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국회에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가 멈춰 있는 상태다. 민주당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서울 금융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견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의 ‘신중론’으로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22대 총선 결과는 산은 본점 이전을 추진했던 여당에 녹록지 않은 상황을 가져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산은 이전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박재호(부산 남구) 민주당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낙마했다. 박 의원을 제치고 당선된 박수영 국민의힘 당선자 역시 산은 부산 이전을 찬성하고 있지만 총선 이후 야당이 압승한 정치 지형에서는 힘을 받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산은의 부산 이전 저지를 이끈 박 전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된 점도 산은 본점 이전 백지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본점 부산 이전 발표 이후 ‘퇴사 러시’가 이어졌던 산은 내부 직원들도 야당의 총선 압승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산은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이직 고민을 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총선 이후 적어도 현 정권 임기 내에는 이전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직원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정부가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기존 부지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현행 ‘이전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 수립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 시 기존 부지 등을 처분한 돈으로 이전 비용을 우선 충당해야 한다. 산은은 서울 부지를 정리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매각이 이뤄지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매각을 서두르면 자칫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매각 대상을 고르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산은의 부산 이전은) 조기에 이뤄지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전했다.


신중섭 기자·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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