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10 총선 패배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실무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비대위원장 지명 권한이 당 대표에게 있는 만큼 윤 대표 대행의 결단만 남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2일 22대 국회 당선인 총회를 열 예정이다. 전날에는 당선인 총회를 통해 6월 전당대회를 열기 위한 형식적 임시 기구로서 비대위를 꾸리자는 공감대도 조성해 조기 수습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결정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윤 대표 대행이 비대위원장을 겸직해 비대위 구성을 빠르게 마쳐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준영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가 어차피 태크스포스(TF)적인 성격이니 윤 대표 대행이 (위원장을 맡아) 정리하고 가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다음 달 8~10일께 선출이 예상되는 신임 원내대표가 비대위 구성을 결정하기보다는 윤 대표 대행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전당대회 개최 결정을 내리면 6월 말 신임 당 대표 선출도 가능하다는 게 배 직무대행 주장이다.
문제는 윤 대표 대행이 당 지도부로서 총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비대위원장 ‘셀프 지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 96조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은 당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윤 대표 대행이 초선 당선인부터 당 원로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듣는 것도 이 같은 부담을 덜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22일 당선인 총회에서 윤 대표 대행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편 이날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는 당 원로들이 총선 패배와 관련해 정부·여당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 내홍이 여전한 분위기다. 당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번 참패의 원인은 대통령의 불통, 우리 당의 무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며 “이제 대통령만 쳐다보는 정당이 돼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직언하는 당이 돼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준상 상임고문도 “2년 전 정권을 잡았던 초심으로 되돌아가서 윤 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치 철학에 좀 더 적극적으로 호소를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