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는데도 거대 야당은 4·10 총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선심성 포퓰리즘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제2의 양곡법 개정안’은 쌀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하면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쌀 과잉생산과 연간 1조 4000억 원(2030년 기준)의 재정 부담 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한 기존의 개정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정치적 부담을 최대한 떠넘기고 입법 폭주로 정국 주도권을 계속 잡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 정부부채(국가채무+비영리 공공기관 부채·D2) 비율은 지난해 55.2%에 이르렀고 2029년에는 6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가부채가 400조 원가량 급증하고 표를 얻기 위한 선심 정책에 공기업이 무리하게 동원된 탓이 크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내세워 국가 혈세를 전리품 챙기듯 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원’ 등을 위해 14조 원가량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정부에 요구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현금 퍼주기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기 위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까지 독식하려 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지역구 의석수가 국민의힘보다 71석 많은 것은 ‘승자 독식’의 현행 소선거구제의 부작용 때문으로 양당의 실제 득표율 차이는 5.4%포인트에 불과하다. 민주당 의석수가 탄핵·개헌 추진선에 이르지 못한 것은 유권자들이 국정 운영 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면서도 여야 간 균형을 통해 정치를 정상화하라는 메시지다. 민주당이 책임 있는 수권 정당으로 인정받으려면 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입법 폭주를 멈추고 협치를 모색하는 국정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와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 의회에서 힘자랑을 계속한다면 총선에서 대승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노무현·문재인 정부처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