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패색 짙던 우크라이나, 반격 발판 마련한다…84조원 지원안 美 하원 통과

틱톡강제매각·대만 지원 등 안보 관련 4개 법안 통과

이스라엘·대만까지 총 130조 원 규모 지원

6개월 표류 법안 통과…다음주 상원 통과 유력

바이든 “우크라·이스라엘에 결정적 지원될 것”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더 망치고 죽음 초래할 것”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대만 등에 대한 안보 지원 예산 법안을 통과시킨 뒤 기자들 앞에 서서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대만 등에 대한 안보 지원 예산 법안을 통과시킨 뒤 기자들 앞에 서서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연내 패전 가능성까지 점쳐지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미국 하원이 반년간 표류하던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법안이 발효되면 우크라이나는 화력을 보강해 항전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게 된다.



미 하원은 20일(현지 시간) 본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608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의 지원안을 찬성 311표, 반대 112표로 가결했다. 반대표는 모두 공화당에서 나왔다. 하원은 이와 함께 이스라엘에 26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 81억 달러(약 11조 원)의 대만 등 인도태평양 동맹 국가의 안보 강화 지원 법안도 각각 가결했다. 중국계 숏폼 동영상 서비스인 ‘틱톡’을 강제 매각하는 법안도 함께 처리했다.

이날 통과로 우크라이나 지원안은 6개월간의 표류를 끝내게 됐다. 그동안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지원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국경 강화 예산의 시급성 등 우선순위에 대해 지적하며 하원의 법안 처리를 미뤄왔다.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안의 반대표가 모두 공화당에서 나온 배경이다.



반면 공화당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안 통과에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이용해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등에 대한 지원과 국경 안보 강화 비용을 하나로 묶은 1050억 달러(약 145조 원) 규모의 안보 관련 대형 추경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했지만 여야 갈등 속에 의회에서 표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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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법안 통과의 동력이 됐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우선시하는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안보 지원안을 국가별로 쪼개 처리하는 안을 추진해 통과를 이끌어냈다. 이제 공은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으로 넘어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르면 23일께 상원을 통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하원은 역사의 부름에 부응해 시급한 국가안보 법안을 처리했다”며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결정적인 지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이날 하원을 통과한 우크라이나 지원안의 규모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 의회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책정한 전체 예산(1130억 달러)의 절반을 넘는다. 미국은 이 자금으로 독일 등 유럽에 보관하고 있는 무기 재고를 우크라이나로 전달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155㎜ 포탄과 함께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세를 차단하는 대공방어망 관련 시스템 등이 대거 포함된다. 이 밖에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300㎞의 신형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미사일을 지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크라이나는 패색이 짙은 전장에서 반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앞서 18일 한 행사에서 “우크라이나가 군사 지원을 받을 시 올해 내내 강한 위치를 지켜낼 수 있겠지만 지원이 없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며 “우크라이나가 올해 말까지 패배하거나 적어도 블라디미르 푸틴이 정치적 합의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할 경우 매우 현실적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두 나라(미국과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만들고 푸틴이 패배해야만 하는 이 전쟁을 반드시 끝낼 것”이라고 나타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타스통신에 “이번 지원으로 (무기를 계속 판매해) 미국은 더 부유해지겠지만 우크라이나는 더 망가지게 될 것이며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죽음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는 피로 물든 610억 달러(의 지원안)에 관계없이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스라엘 지원 법안 통과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법안은 이스라엘과 서방 문명 수호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를 보여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침략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너선 잭슨 민주당 의원은 “네타냐후 정부에 더 많은 무기를 보내는 것은 가자지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잔학 행위와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미국이 더 많은 책임을 지게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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