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자 환차익을 노린 달러 예금 인출이 늘어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17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558억 6560만 달러(약 77조 400억 원)로 지난달 말(573억 7760만 달러)보다 15억 1203만 달러 줄었다. 약 2조 원 넘는 금액이 3주도 안 돼 인출된 것이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해뒀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돌려받는 상품이다. 통상 환율이 내리면 예금을 맡겨두는 수요가 늘고, 오르면 찾으려는 투자자가 많아져 예금 잔액이 줄어든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이후 4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이달 16일 17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하자 달러 예금 고객의 절대다수인 기업들이 환차익을 위해 달러 예금을 인출한 것으로 보인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 고금리 인상 여파 등 세 차례뿐이다.
달러화 강세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져 달러 인출이 더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이란 분쟁까지 터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최근 3달간 물가 지표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현재 상태로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만 추가로 대폭 상승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추가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감 상실, 높은 인플레이션, 중동 사태 리스크 등으로 달러 강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최근 환율은 오버 슈팅된 측면이 있는 만큼 매수는 자제하고 분할 매도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