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미국과 공조해서 대중 공급망 디리스킹(위험 회피)에 참여하고 있지만 중국에 가서 자국의 어젠다를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과 일본에만 치중해 있습니다.”
위성락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은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중·한러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등의 수출제한에 참여하면서도 정상이 중국을 방문해 자국에 필요한 사안을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과 일본에만 치중한 단순한 외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 당선인은 “미국과 서방에 동조하는 것이 맞지만 ‘한국형 외교 좌표’를 만들어 중국과 러시아와도 외교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통일이라는 우리만의 세 가지 특수한 외교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 당선인은 “탈냉전 이후 30여 년간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제대로 된 외교 전략이 있었을까”라고 되돌아보며 “전략이 없으니 우왕좌왕했다”고 꼬집었다. 어떨 때는 대통령이 중국 톈안먼 망루에 오를 정도로 한중 관계가 밀착됐다가 어떨 때는 소통도 하지 않을 정도로 소원해졌다는 자성이다.
위 당선인은 한국형 외교 좌표를 만드는 방법론과 관련해 “처음부터 전체적인 시각에서 통합된 전략을 펴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령 러시아는 동북아시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같은 미국 주도의 연대가 생기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우리의 사소한 행동이라도 미국 주도의 연대로 비치면 즉각 반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와도 관계하는 순차적 접근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동 상황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위 당선인은 “우리도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한 미국의 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중동에서 큰 전쟁이 벌어지면 세계경제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1979년부터 2015년까지 36년간 외교부에서 일하며 주러시아 대사 등 주요 직위를 역임한 위 당선인은 국내 최고의 외교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외교정책 조정 과정에서 민의가 반영되는 것이 민주국가”라며 “한일 징용 문제 해법에서 보듯 국정 전반의 일방주의가 외교에서도 일어났다”고 비난했다.
그는 11월 미국 대선을 우리 외교의 전환점으로 봤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될 수 있고 한러·북러, 더 나아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전략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