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대기업 반열에 오른 글로벌세아그룹에 비상등이 켜졌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세아상역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익성 개선도 어려워 자금 흐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아상역의 매출은 1조 82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2억 원, 당기순이익은 504억 원으로 각각 64.8%, 70.4% 감소했다. 기업의 수익성을 확인할 수 있는 법인세·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전년 대비 60.8% 하락한 725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세아상역이 그간 글로벌세아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세아상역은 지난해 지주사인 글로벌세아, 세아STX엔테크, 에스투에이 등 그룹 계열사에 최소 13번 자금 대여를 진행했다. 세아상역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2년 1708억 원이었던 특수 관계자와의 자금 대여 거래액은 지난해 2608억 원으로 늘었다.
세아상역의 자금 대여 거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곳은 지주사인 글로벌세아다. 지난해 세아상역이 글로벌세아에 빌려준 금액은 13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56% 늘었다. 글로벌세아는 기업 운영과 투자를 위해 세아상역으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밝혔다. 동시에 지주사 입장에서 세아STX엔테크, 태범 등 계열사에 자금 대여를 진행한 것을 볼 때 결국 세아상역의 자금이 그룹 전체의 운영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로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자 상대적으로 재무 상태가 탄탄한 세아상역이 나섰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2년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세아STX엔테크는 지난해 세아상역으로부터 429억 원을 차입했다. 세아STX엔테크는 건설 경기 악화와 원가 상승으로 공사비가 증가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은 22.3% 하락한 2053억 원, 영업손실은 353억 원이며 자본 총액은 마이너스(-) 1285억 원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올해 섬유의복 시장 회복세가 더딜 거란 증권가 예측에 따라 세아상역의 실적 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글로벌세아그룹의 현금 흐름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세아상역 측은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 및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