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비용 줄이고 새 금맥 캔다"…글로벌 통신사도 생성형 AI 사활

■자체 LLM·에이전트 잇따라 공개

日소뱅, MS 손잡고 콜센터 최적화

佛 오랑주는 맞춤 요금제 등 활용

NTT 등 비통신으로 AI 사업 확장

SKT도 '텔코 LLM' 합작사 설립

특화서비스 통해 33조 시장 공략





빅테크에 이어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도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국내 이통 3사는 물론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주요 통신사들이 자체 개발이나 협력을 통해 거대언어모델(LLM)과 에이전트(비서) 같은 AI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았다. 가입자 관리와 상담 업무가 많은 통신사 입장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하면 기존 통신사업 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빅테크처럼 AI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는 이달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생성형 AI로 콜센터 운영을 최적화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MS가 투자한 오픈AI의 GPT 모델을 클라우드로 쉽게 쓸 수 있는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이동통신과 유선, 인터넷 서비스의 고객 문의, 요금제와 계약 관련 절차 안내 등에 활용한다. 소프트뱅크는 빅테크 협력뿐 아니라 130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갖는 자체 LLM도 개발했으며 내년 초까지 매개변수를 3900억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도 이달 비슷한 방식으로 구글클라우드와의 생성형 AI 협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미 문서 요약 같은 사내업무용으로 AI를 도입한 데 이어 요금제 맞춤 추천과 음성 인식 같은 고객용 서비스와 네트워크 관리 등도 고도화할 방침이다. 유럽 최대 통신사인 영국 보다폰은 지난달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와 협력해 만든 생성형 AI 챗봇을 출시했다. 25세 이하 청년 전용 브랜드 ‘복시’의 고객에게 제공되며 고객이 별도로 검색할 필요없이 인간 상담원과 대화하듯 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게 보다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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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TT그룹은 지난달 자체 LLM ‘쓰즈미’와 이를 활용한 솔루션들을 출시했다. 콜센터와 AI 가상인간 기반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포함하는 ‘고객응대(CX) 솔루션’, 회의록 작성 등 임직원 업무를 돕는 ‘임직원경험(EX) 솔루션’, 사이버보안 등을 고도화하는 ‘정보기술(IT) 운영 지원 솔루션’을 NTT도코모 같은 계열사와 고객사에 제공한다.

이들 통신사는 공통적으로 생성형 AI를 기존 통신사 업무에 우선 내재화해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NTT그룹처럼 이를 레퍼런스 삼아 비(非)통신 분야로 사업화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통신 분야에서 미국 티모바일은 지난달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사 다이얼패드와 협력해 AI 통화·회의 요약 서비스 ‘AI리캡스’를 정식 출시했다. AI리캡스는 다이얼패드의 LLM ‘다이얼패드GPT’를 기반으로 60억 분 이상의 대화 데이터를 학습했다. 올 초 시범 출시 후 5000만 건 이상의 통화·회의 요약을 수행했다.

일본 KDDI는 700억 개 매개변수의 LLM을 가진 자국 AI 스타트업 엘리자에 투자해 지분 과반을 확보했다. 수개월 안에 생성형 AI 서비스를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3대 통신사도 각각 LLM을 보유했으며 올해 자국 정부의 AI 산업 진흥책 ‘AI플러스(AI+)’에 맞춰 관련 사업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티모바일의 모회사 도이치텔레콤은 2월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아예 애플리케이션이 필요없이 AI 비서로만 작동하는 ‘앱 프리’ 스마트폰 시제품을 선보이는 등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도이치텔레콤·소프트뱅크·싱텔·이앤과 연내 합작법인을 세워 통신사에 특화한 ‘텔코 LLM’을 개발하고 5개사 총 14억 가입자를 위한 통신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자체 LLM ‘에이닷엑스’ 기반의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을 상용화했다. KT는 자체 LLM ‘믿음’을 AI콘택트센터(AICC) ‘에이센’ 등에 도입하고 LG유플러스도 자체 개발 ‘익시젠’을 기반으로 고객 상담, 임직원 업무, 스마트폰과 IPTV 이용 보조에 특화한 각종 비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챗봇 같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주로 응용되는 만큼 국내외 통신사들이 포기할 수 없는 기술”이라며 “기존 통신사업과 달리 혁신 서비스로 글로벌 진출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올 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통신사 관계자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3%가 지난해 생성형 AI에 투자했다고 답했으며 63%는 AI 도입으로 비용을 줄였다고 답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닷어스에 따르면 전 세계 통신 분야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억 달러(2조 5000억 원)에서 10년 간 연평균 29.5% 성장해 2033년 239억 달러(약 33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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