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로 여겨지는 국내 목조 건축 시장에 나무를 구조체로 활용한 7층짜리 건물이 등장했다. 서울대 공과대학 인공지능(AI) 연구시설로 쓰일 해동첨단공학관이다. 고층 건축이 어려운 목조 자재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내 최고(最高) 수준의 목구조 건물이 탄생한 데는 건설사업관리(PM)를 맡은 한미글로벌(053690)의 사업관리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은 서울대 해동첨단공학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9일 밝혔다. 2020년 8월 사업을 시행한 지 약 3년 9개월 만이다. 해동첨단공학관은 연면적 1만 ㎡, 지상 7층 규모로 AI 관련 연구실과 스타트업이 입주해 산·학·연 복합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미글로벌은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부터 PM으로 참여해 완공까지 사업을 지휘했다. PM은 사업시행자의 발주를 받아 특정 건설 사업의 기획·설계·시공·유지 등 전 과정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해동첨단공학관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띠면서도 건물 내부의 중정 부분에는 중목 구조(기둥·보와 같은 구조체를 목재로 시공하는 공법)를 적용해 주목을 받고 있다. 목구조는 산업 폐기물과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건축 공법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화재 안정성과 내구성이 비교적 떨어져 고층 건물에는 사용하기 어려웠다. 목구조 기법이 저층 건물에 집중되면서 국내 건축물 중 목조 건물 비중(착공 기준)은 2015년 6%에서 지난해 6.1%로 횡보하고 있다.
설계를 맡은 아이아크컨소시엄(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건축사사무소아이디에스)은 목조 자재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글루램 목재’라는 첨단 재료를 활용했다. 글루램 목재는 얇게 켠 나무를 여러 겹으로 붙여 우수한 강도를 지녔고 화재 안정성도 높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글루램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국내 목구조 건축물 중 가장 높은 수준인 7층, 30m까지 높이를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차별화되는 또 다른 지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재비가 폭등한 와중에도 별도의 예산 증액 없이 440억 원이라는 기존 사업비로 공사가 마무리됐다는 점이다. 한미글로벌의 ‘프리콘(Pre-Construction)’ 역량이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프리콘은 시공 전 단계에서 철저한 설계 검토와 사전 시뮬레이션을 거쳐 시공 단계의 시행착오를 방지하는 전문 사업관리기법이다. 이전에도 한미글로벌은 프리콘 기법을 활용해 PM을 맡았던 프로젝트들의 예산을 절감했다. 경기 하남 스타필드 하남(초기 투자계획 대비 717억 원 절감), 인천 서구 하나그룹 통합데이터센터(422억 원)가 대표적이다.
특히 한미글로벌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디지털 사업관리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해동첨단공학관에는 디자인 우수성을 높이기 위한 사선과 단차 요소가 많아 설계가 다소 복잡했다”며 “기존의 2D 캐드(CAD) 방식으로는 설계 시각화와 시공성 검토에 한계가 있어 3D 건설정보모델링(BIM) 기술을 적용했고 이를 통해 시공 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사전에 감지해 수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공 단계에서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건물 고층부 외벽의 시공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드론을 활용했고 준공 단계에서는 3D 스캐너로 건물 내부 전체를 스캐닝해 현장에서 발견하지 못한 하자를 발견했다. 현장 PM 단장으로 활동한 김승욱 한미글로벌 전무는 “해동첨단공학관은 최신 설계와 시공, PM 기법이 적용된 우수 프리콘 사례로 건설산업 발전에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