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양측이 한발짝씩 물러서면서 타결 가능성에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반면,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전면전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AFP 통신 등은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하마스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휴전협상안을 전달받은 하마스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협상안을 검토한 결과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이스라엘 쪽에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협상안은 하마스가 현재 억류 중인 인질 40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수백 명을 석방하고 6주~10주간 일시 휴전에 돌입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이달 초부터 미국, 이집트 등의 중재로 재개됐지만 좀처럼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장기화됐다가 최근 이스라엘이 이전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그동안 고수해온 석방 인질 수를 40명에서 33명으로 낮췄다. 이스라엘이 전달한 새 휴전협상안을 받아 든 하마스는 일단 귀국한 뒤 서면 답변을 지니고 돌아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전쟁 발발 후 7번째 중동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하마스가 받아 든 제안은 이스라엘로서는 대단히 관대하다"고 평가하면서 "하마스가 조속히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췄다.
하마스 정치국 소속 인사들로 구성된 협상대표단은 협상의 최종 결정권자인 군사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를 비롯한 군사조직 수뇌부들과 협의를 거쳐 서면으로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음 주 중으로 양측이 휴전에 합의할 경우 지난해 11월 24일 1차 휴전 이후 150여일 만이다. 양측은 지난해 인질 석방 등을 조건으로 휴전을 이어가던 중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합의 파기를 주장하면서 7일 만에 교전을 재개했다.
양측의 휴전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지만 가자지구 인근 주민들은 양측의 전면전 가능성에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북서부 항구도시 하이파의 시장은 최근 주민들에게 “전면전의 위험이 커지고 있으니 식량과 의약품을 비축하라”고 전달하기도 했다. 하이파 주민인 엘리 하렐은 "전면전이 이뤄질 경우 군대에 합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파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기 사정거리 내에 있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주민 불안감이 큰 곳 중 하나다.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수반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특별 회의에서 "미국이 라파를 공격하지 말라고 이스라엘에 요청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며칠 내로 이스라엘은 라파를 공격할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이 그곳에 몰려 있기 때문에 작은 타격으로도 팔레스타인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은 라파에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은 물론 그들에게 끌려간 인질도 억류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라파 진입작전 없이는 하마스 소탕, 인질 구출 등 전쟁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