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수산물 주요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보유 물량 사전신고제 도입을 추진한다. 정부는 필요 시 농수산물 매점매석 고시 제정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외 정부는 서울 가락시장 등 공영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 법인들의 수수료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유통 구조를 대거 개편해 유통 비용을 10% 이상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수산물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사과·배 등 고물가 원인 중 하나로 복잡한 도매시장 유통 과정, 과다한 유통 마진 등이 지적된 데 따른 대책으로, 정부는 현재 49.7%에 달하는 농산물 유통 비용을 10% 이상 절감하겠다는 목표 아래 10대 중점 추진 과제를 마련했다.
먼저 정부는 공영 도매시장 공공성 및 효율성 제고에 나선다. 현재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상 임의 규정인 평가 부진 도매법인의 지정 취소를 연내 개정해 강행 규정으로 의무화해 도매시장 내 경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시장별 거래 규모 등을 고려한 법인 수 기준을 정부가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신규 법인 지정을 의무화하나는 등 신규 경쟁자의 진입도 내년까지 제도화한다.
또 정부는 정가·수의 매매 활성화 등을 통해 도매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한편 9개 중앙 도매시장 법인을 중심으로 현재 최대 7%인 위탁수수료 상한이 적정한지 여부 등도 연내 살피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안법 상 수수료 상한이 7%이고 현재 가락시장은 평균 4.7%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또, 다른 지자체 도매시장은 6%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어 이 상한이 적정한지를 중앙 도매시장 중심으로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건비·포장비 등을 절감하고 1인 가구의 선호를 반영한 ‘벌크(Bulk) 유통’도 확산시킨다. 대형마트에서는 현재 1봉이나 1박스 등 묶음 단위로만 사과 등을 팔고 있는데 이를 소비자 필요에 따라 1개씩 살 수 있게 유통 방식을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본지 4월 27일자 6면 참조
정부는 올해 하반기 내 사과·양파 등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벌크 유통을 시범 도입하고 이후 참여 유통업체 등에는 농축산물 할인 지원 등 정부 사업을 우대 적용해 벌크 유통을 장려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산지 유통을 규모화해 복잡한 도매시장 유통 비용을 낮추고 소비지와 직거래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농산물 거점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 100개소 구축 계획을 당초 2027년에서 2026년으로 1년 앞당기고 APC의 청과물 취급 비중을 현재 생산량의 30%에서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사과·배는 전체 생산량 줄 APC가 취급하는 비중을 2022년 기준 21%에서 2030년까지 50%로 늘리기로 했다. 산지 유통인의 포전거래, 일명 ‘밭떼기’ 거래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배추·무는 농협이 연중 농작업 대책반을 운영해 APC 취급 물량을 2022년 기준 13%에서 2030년까지 20%로 확대할 방침이다.
플라스틱 박스는 A사가 65%를, 파레트는 B사가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그간 독과점 체제로 운영돼온 물류기기 시장도 개선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성수기에 원활한 물류 기기가 공급되지 않고 산지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등 문제가 현장에서 지속 제기돼 왔다”며 “물류기기 이용 가격 공시제를 도입해 농업인이 가격을 비교해 가며 저렴한 가격에 물류기기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물류기기 시장 진입을 검토 중인 농협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유도해 경쟁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2027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현 가락시장 규모인 5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판매자 가입 기준을 현재 연간 거래 규모 50억 원에서 20억 원까지 완화할 예정이다. 거래 부류 간 판매 제한도 폐지하며 중소형 마트나 전통시장 등이 거래 물량을 규모화할 수 있도록 농협, 상인연합회를 통한 공동구매 시스템도 구축한다. 온라인 도매시장 사전 거래 정보를 기반으로 구색 맞춤, 공동배송 등 물류 서비스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유통 단계별 사재기·가격 담합 등 불공정 거래 행위는 지속 점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유 물량 사전신고제를 도입해 사재기 여부 등에 대한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 시 신속한 단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농산물 매점매석 고시 제정 등도 검토하겠다”며 “이해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과 ‘농수산물 유통포럼’을 정례적으로 운영하면서 제도 개선 과제를 지속 발굴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