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군인 장교들이 업무와 관련한 고충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것을 금지하는 군인복무기본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5일 군인복무기본법 31조 1항 5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법소원을 인용하거나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려면 6명 이상 재판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재판부는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청구 기각 사유를 밝혔다.
청구인은 현역에 복무하고 있는 장교로 군인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조항이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다수의견(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형두·정형식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군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맞지만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봤다.
다수 재판관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군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를 확립하여 군의 전투력을 유지, 강화하고 이를 통하여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헌법은 제5조 제2항을 통하여 국군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여야 하므로, 특수한 신분과 지위에 있는 군인의 집단행위에 대하여는 보다 강화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헌재는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장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경우, 군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해당 행위가 무기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군대 내에서 행해질 경우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군무 관련 고충 사항을 집단으로 진정하는 것이 구체적 위험을 발생시킬 만한 것인지, 그 목적이 공익에 반하는지,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이 있는지 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핵심적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므로, 장교의 표현의 자유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으며,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규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