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신규 대출프로그램 도입을 최종 승인했다. 재원 구조를 납입자본 방식으로 개편하는 데도 이점을 공감했다.
최상목 부총리는 3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개최된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라오스와 함께 공동 의장국으로서 회의를 주재하고 역내 경제의 불확실서을 해소하기 위한 CMIM의 강화를 논의했다. 회원국들은 팬데믹이나 자연재해 등 갑작스러운 외부 충격이 있는 경우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신속 금융프로그램(RFF)신설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자연재해 등 일시적인 외부충격에 따른 위기 해소를 위해 사전·사후 조건 없는 소규모·단기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신속 금융프로그램에 사용되는 통화는 ‘적격 자유 교환성 통화(FUC)’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올해 중으로 협정문 개정을 완료하고 내년 장관회의시 신속 금융프로그램을 정식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CMIM체계상 미국 달러만 자유롭게 공여가능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엔화와 위안화까지 공여 가능한 통화로 인정됐다.
한편, 현재 다자간 통화스왑인 CMIM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원구조를 납입자본 방식으로 변경하는 이점에 대해서 모든 회원국들이 공감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다양한 모델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고 2025년까지 구체적인 모델을 정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주요 납입자본 재원 구조 모델은 전세계를 상대로 한 IMF와 유로존의 구제금융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 중국인민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이 맺은 위안화 유동성 협약(RMBLA) 등이 있다.
최 부총리는 “CMIM은 역내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아세안+3 협력의 시작점이자, 동시에 가장 중요한 협력의 결과물”이라며 “이번 장관회의에서 CMIM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중요한 의사결정이 많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후속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돼 효과적인 위기 대응 뿐만 아니라 위기 이후 빠른 경제회복에 필요한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세안+3 경제 양호한 성장률…물가 지속 완화 전망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반도체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회복과 견고한 내수시장으로 아세안+3 경제는 양호한 성장률을 달성하고, 물가도 지속 완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 지정학적 긴장 고조 뿐만 아니라,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위험 요인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회원국들은 현재의 긍정적인 전망이 미래 대비 정책여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긴축적 통화정책 유지, 성장잠재력 제고가 필요다는 점에 공감했다. 또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공정한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 체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최 부총리는 “역내 경제의 빠른 회복세와 함께 팬데믹 이후 경제정책을 정상화하고 있는 회원국들의 노력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대외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역내 경제의 특성상, 지정학적 대립 고조 뿐만 아니라, 최근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같은 위험 요인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회원국들이 위험요인을 공동으로 모니터링하고 경제·금융 정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서로 공유한다면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면서 위기 이후 회복탄력성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회원국들은 AMRO가 역내 거시경제 동향 점검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위험과 도전 요인을 시의적절하게 분석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역내 채권시장 발전, 신규 금융협력 의제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하고, 향후 지속적인 진전을 이룰 것을 기대했다.
한편 내년 제29차 아세안+3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중국과 말레이시아 주재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