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다시 K방산 대박이 터질 수 있을까. 한국이 호주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유사입장국들과의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 영국, 호주 3국의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의 ‘필러 2’ 협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는데, 오커스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위한 초석을 놨다는 평가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호주 양국은 2+2 회의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역내외 안보·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오커스 파트너십의 기여를 인정했다”라며 “한국은 오커스 국가들이 ‘필러 2’ 선전 역량 프로젝트와 관련 추가 파트너국들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음을 환영했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양자 동맹을 다수 구축하는 ‘바큇살형’ 외교 구조에서 탈피해 소다자 협력체 틀을 기반으로 여러 층위를 구성하는 ‘격자형’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촘촘한 ‘중국 견제 포위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호주는 미국의 중국 견제 구상의 ‘허브’ 격이다. 호주는 오커스 외에도 ‘파이브 아이즈’(미국·캐나다·영국·뉴질랜드·호주로 구성된 정보동맹)를 비롯해 ‘쿼드’(미국·호주·일본·인도 참여 협의체)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 협력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호주는 최근 11척의 해군 호위함 구매계획을 밝히고 우리나라와 일본, 독일 등의 호위함을 관심 기종으로 선정했다. 도입 예상 금액은 10조원 안팎으로 정부는 호주가 사들인 4조원대 규모의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등은 물론 함정 건조 기술 능력을 앞세워 방산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역시 호주 함대사령부를 방문하는 등 관련 행보를 이어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멜버른대 학생들에게 부친 조지훈 시인의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조지훈 시인의 ‘병(病)에게’ 시를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낭송했는데, 이 시는 조지훈 시인이 투병 생활 중 남긴 마지막 시로 알려져 있다. ‘병’을 벗으로 의인화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담담한 심경 등을 담았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한국어가 어려운 언어임에도 이를 공부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어 교사가 되려는 꿈을 가진 학생들을 격려하고 선친의 유고시 ‘병에게’를 한국어와 영어로 낭송해 참석자들로 하여금 한국어와 한국문학의 아름다움, 가족 간의 깊은 정을 느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2021년 9월 서울에서 5차 회의가 열린 후 2년 8개월 만에 열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이 장관급에서 정례적으로 2+2 회의를 개최하는 국가는 동맹인 미국을 제외하고는 호주가 유일하다.
다만 이번 회의에 관례적으로 참석하는 호주 대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종섭 전 호주대사가 사임하며 전조영 주호주 정무 공사가 회의에 대참했다. 후임 호주 대사 인선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대사 인선 과정에서 인사 검증뿐 아니라 내정자에 대한 주재국 호주의 임명 동의(아그레망)를 받는 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 정부는 아그레망을 받는 데 6~8주가 걸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