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가운데 중기·벤처업계가 집안 싸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기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해온 플랫폼법보다 규제를 대폭 강화한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벤처·스타트업계는 '자국 플랫폼 보호주의'라는 글로벌 추세와 배치되는 시대착오적 행태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달 21일 ‘상생하는 온라인 플랫폼 거래환경 조성을 위한 합리적 규제방안’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중소기업과 플랫폼간 상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실효적 규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진하는 플랫폼법에 더해 거래상 약자인 ‘을’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단체협상권, 공동교섭권 부여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협회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21대 국회 당시 공정위가 추진했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안(온플법)’ 수준의 입법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중기중앙회의 입장이 반영된 플랫폼법 입법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야가 각론에서 차이가 있지만,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두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법에 대한 입장 표명을 아꼈던 중기중앙회가 여론전 준비에 나서자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커머스 업체들의 공격적인 확장에 따라 '자국 플랫폼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분위기임을 고려할 때 국내 플랫폼만 과도하게 차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행위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올해 1월 스타트업 지원 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국내 스타트업 대표・창업자・공동창업자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52.8%는 플랫폼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해당 법안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14.1%에 그쳤다.
실제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중소벤처기업부의 고민도 점차 커지고 있다. 중기부는 그동안 벤처·스타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공정위가 추진한 플랫폼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왔다. 중기부의 한 관계자는 “관할 부처 입장에서는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중 어느 한쪽 편만 들어주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플랫폼 규제를 희망하는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워낙 큰 점을 고려해 앞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