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2주간 뜨겁고 좁은 배에 갇혀"…호주가 '살아있는 양' 수출 금지에 나선 이유는

배를 이용한 수출 금지…비행기는 허용

농민단체 "연 1300억 산업 사라져" 반발

소 등 다른 가축으로 규제 확대 우려도

배에 실려 수출되고 있는 살아있는 양들. 사진제공=EPA 연합뉴스배에 실려 수출되고 있는 살아있는 양들. 사진제공=EPA 연합뉴스




호주 정부가 주요 수출품인 '살아있는 양'을 배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배를 타고 중동 지역으로 긴 시간 이동하는 것 자체가 동물 복지에 반한다는 이유다. 이에 농민 단체들은 양 수출은 물론 소와 같은 가축들로 확대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머레이 와트 농업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2028년 5월부터 배를 이용한 살아있는 양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이를 법제화 해 양 목장과 공급망에 이 사실을 확실히 알리려 한다"고 밝혔다.



다만 소와 같은 가축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으며, 비행기를 이용한 수출은 가능하게 했다. 호주 정부는 이 조치로 피해를 보는 목장과 관련 업체들을 위해 5년 간 1억 700만 호주달러(약 97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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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호주 전국농민연맹(NFF)은 "와트 장관이 우리를 재앙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태우기로 결정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들은 살아있는 양 수출 규모가 연 1억 4300만 호주달러(약 1300억 원)에 달한다며 이번 조치가 소와 같은 다른 가축들로 확대될 것이라 우려했다.

그 동안 동물 복지 단체들은 주로 배를 이용하는 양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양들이 뜨겁고 좁은 배에 갇혀 2주 넘게 항해하는 것이 동물 복지에 반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2018년에는 호주에서 중동으로 수출되던 양 2400 마리가 더위와 스트레스로 집단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당시 야당이던 노동당은 총선을 앞두고 살아있는 양 수출 금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에 살아있는 양 수출은 갈수록 줄고 있다. 호주 정부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 500만 마리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68만 4000마리에 그쳤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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