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이 아니라 고깃집에서 주는 된장국 같아요. 빵은 괜찮은데 크림은 맛이 없어서 안 사먹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먹었던 푸딩은 탱글하면서도 부드러웠는데, 이 상품은 탱탱함 없이 무너지는 식감이에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GS리테일 본사. 1990년대생 영업관리자들로 구성된 ‘MD(상품기획자) 서포터즈’들이 모여 편의점 GS25에서 곧 출시 예정이거나 개발 단계인 신상품 19종을 평가하는 ‘상품 품평회’가 열렸다. 서포터즈들은 신상품을 하나하나 맛보고 살펴본 뒤 솔직하고 직설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경쟁업체 제품을 언급하며 그에 비해 자사 제품의 맛이 뒤떨어진다고 지적한 직원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새로 나올 제품의 맛 뿐만 아니라 포장 용기와 생활용품의 개발, 마케팅 등에도 참여한다. 실제로 이날 서포터즈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자체브랜드(PB)상품 ‘타코야끼볼 오리지널’과 새로 선보일 비닐우산 2종이 첫 선을 보였다. 타코야끼볼 오리지널은 지난달 출시된 ‘타코야끼볼 청양마요맛’ 품평회 당시 서포터즈들이 “오리지널 맛도 함께 출시해보자”는 의견을 내 기획됐다. 비닐우산 역시 “기존 편의점 우산의 틀을 깨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2030세대가 선호하는 색감과 디자인으로 개발 중이다.
편의점 업계가 2030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신상품 출시 전 90년대생을 중심으로 품평회를 열고 있다. 편의점 GS25는 1990년생 이후 출생자만 참여 가능한 MD서포터즈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들의 진솔하고 냉정한 평가는 각 신상품 담당 MD들이 제품의 개선 방향성을 잡고 더 나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달 출시 후 GS25 냉장빵 카테고리에서 전체 매출 1위를 기록 중인 ‘성수 베이글’도 MD서포터즈의 입을 거쳤다. “쫄깃한 식감을 극대화해달라”는 이들의 의견이 제품에 반영돼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20만 개를 돌파한 점보라면 4탄 ‘틈새비김면’에도 서포터즈의 아이디어가 담겼다. 석혜정(25) 매니저는 “‘틈새’라는 브랜드에 어울리게 매운맛을 더 강하게 만들어 달라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해당 의견이 별첨소스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기철 GS리테일 가공MD부문장(상무)는 품평회에서 “MD서포터즈 상품 품평회는 신상품을 최종 출시하기 전에 고객과 현장의 입장에서 테스트와 검증을 하는 중요한 행사”라며 “앞으로도 MZ 직원 답게 가감 없는 의견과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제안해 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주력 소비층인 MZ세대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2021년부터 2030세대 직원들로 구성된 ‘세븐맛평가단’을 운영 중이다. ‘담백한닭가슴살김밥’, ‘제육&콘참치마요덮밥’ 등이 이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탄생됐다.
편의점 CU는 올해부터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상품 품평회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MZ세대 직원들이 참여하며 상품 시식과 함께 상품을 개발 및 기획한 MD들이 상품의 강점, 개발 비하인드 등을 전략, 영업, 마케팅 등을 유관 부서 직원들에게 소개한다. 최근 전국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생레몬 하이볼(500ml)’역시 92년생 주류 MD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