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 동안 전체 진료비에서 건강보험을 통해 지급된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치료비가 높은 질환으로 한정하면 건보 보장 비율이 줄었다. 건보 적용이 안 돼서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서도 비급여 비중이 종합병원급 이상 큰 병원을 옷돌 정도로 많았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비급여 진료 관리 방안과 함께, 여기에 주로 투입되는 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7일 발표한 ‘2022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환자의 총 진료비(비급여 포함)는 120조6000억원이다. 이 중 건보 재정으로 지원된 보험자부담금은 전년대비 10.5% 늘어난 79조2000억원을 나타냈다. 환자 본인부담금은 2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비급여 진료비는 17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다.
비급여를 포함한 총 진료비 중 건보 재정을 통해 지원된 비율을 뜻하는 건강보험 보장율은 전년대비 1.2%포인트 늘어난 65.7%였다. 2022년의 건강보험 보장율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발발한 2020년 기록했던 65.3%도 뛰어넘었다. 제증명수수료와 영양주사, 도수치료, 상급 병실료를 제외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67.3%로 전년보다 0.9%포인트 올랐다. 공단 측은 “실손보험 청구 기준 강화로 다초점렌즈 등 백내장 비급여 진료가 감소해 의원의 보장률이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의 경우 의료 이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실손보험을 이용하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비급여 진료가 증가해 보장율이 감소했다.
종별 보장률은 상급종합병원이 71.5%로 가장 높았다. 약국 68.8%, 종합병원 67.8%, 요양병원 67.8%, 의원 60.7%, 병원 51.4% 순이었다. 의원의 보장률은 전년보다 5.2%p나 올랐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치료비 부담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 비중이 늘면서 건보 보장률이 낮아진 지점이 눈에 띈다.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중증난치잘환 등 4대 중증질환의 경우 암 환자를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가 늘면서 건강보험 보장율이 80.6%로 전년대비 3.4%p 줄었다. 질환별 보장률은 심장질환 89.4%, 뇌혈관질환 88.0%, 희귀·중증 난치질환 87.7%, 암 75.0%다. 암, 뇌혈관, 희귀·중증난치 질환이 하락세를 보였다.
백혈병·췌장암·림프암 등 중증·고액진료비(연 진료비 500만원 이상)가 발생한 상위 30개 질환에서도 보장율이 전년보다 3%p 감소한 79.6%였다. 여기에 치매·호흡기결핵 등 20개 질환을 추가했을 때도 77.8%로 2.5%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요양병원의 보장율도 전년대비 3.0%p나 하락했다. 암 환자를 중심으로 투약 및 조제료, 재활 및 물리치료 등의 비급여 진료가 큰 폭으로 증가해 보장률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요양병원 암 환자의 비급여는 도수치료나 상급 병실료, 면역보조제, 제증명수수료 등 선택적 비급여 비중이 67.4%였다. 종합병원(39.0%)이나 상급종합병원(33.6%)보다 훨씬 크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의 보장율은 백내장 수술이 줄면서 비급여 본인부담 비율이 떨어지면서 전년보다 0.1%p 상승한 70.4%였다. 반대로 0~5세 아동에 대한 보장율은 68.0%로 전년 대비 3.0%p 감소했다. 아동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호흡기 관련 질병 검사료와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발달치료 등의 비중이 증가했다. 모두 비급여다.
보건복지부는 중증·고액진료비 질환을 중심으로 “전체 국민의료비에 비급여 진료가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의료개혁특위에서 비급여 관리 방안 등을 손보기 위해 논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처음으로 의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비급여 보고제도를 통해 진료비용, 내역 등을 실효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상세한 정보 공개를 추진한다. 명칭·코드가 표준화되지 않은 일부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표준 명칭을 마련해서 사용하도록 권고함으로써 비급여 관리 투명성을 제고한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사용 제한도 검토하며, 금융당국은 적정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위해 실손보험 상품구조와 관리체계 개선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