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과 신인상이요.”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한 루키들에게 시즌 목표를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이렇다. 그런데 국가대표 출신 김용태(25)는 우승보다 ‘생존’이 목표라고 이야기한다.
24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이천GC(파72)에서 계속된 KPGA 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 원) 2라운드.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언더파 66타를 친 김용태는 중간 합계 7언더파 137타로 8언더파 단독 선두인 이태희에 1타 뒤진 2위에 올라 데뷔 첫 우승 기대감을 부풀렸다. 66타는 이날 출전 선수 중 가장 좋은 점수인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다.
경기 후 만난 김용태는 “오늘은 제 생일 같은 날이다. 데뷔 후 최고 스코어를 작성했다”면서 “이런 좋은 코스에서 뒤 팀의 눈치 안 보고 플레이를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즌 목표는 여기서 살아남는 것이다. 일단 내 플레이를 할 수 있게 적응하면서 차후에 우승을 노려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186㎝와 86㎏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김용태는 2015년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활동할 만큼 아마추어 강자로 꼽혔다. 이듬해에는 KPGA 프로로 전향했고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그런데 점점 체력이 약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병원을 찾은 그는 ‘갑상선 항진증’ 진단을 받았고 이후 약 3년 간 치료를 받으며 방황기를 겪었다.
김용태는 “당시 증상이 심하게 와서 반나절을 못 걸어 다닐 정도였다. 처음에는 뭣 때문에 그런 줄도 몰랐는데 병원에서 진단 받은 뒤 약을 먹고 관리를 하면서 조금씩 괜찮아졌다”면서 “몇 년 동안 고생을 하긴 했지만 2022년부터 진짜 다시 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증상에서 벗어난 김용태는 2부 투어에서 도약의 날개를 펼쳤다. 지난해 2부 투어 3회 대회 우승에 성공하면서 통합 포인트 7위에 올랐고 올 시즌 KPGA 투어 풀시드를 확보했다. 이어 골프 브랜드 PXG와 용품·의류 후원을 기반으로 한 메인 스폰서 계약까지 체결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KPGA 투어에서 PXG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는 선수는 현재 김용태가 유일하다.
PXG 관계자는 “지난해 소속 선수인 신상훈의 군 입대로 공백이 생겼고 신인 중에 후원 선수를 물색하던 중 김용태 선수를 알게 됐다”면서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김 선수는 뛰어난 실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