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北 GPS교란에 내비 '먹통'…어선들 위치도 몰라 조업 포기

■서해서 사흘째 전파 공격

소형선박 중심 통신 장애 속출

어민들 "생계 달렸는데" 하소연

KPS 등 대체시스템 보급 필요

주말 북풍…'오물풍선' 우려도

정부 "도발에 모든 조치 취할것"

북한이 사흘째 전파 교란 공격에 나선 31일 어선들이 출항을 하지 못한 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에 정박돼 있다. 권욱 기자북한이 사흘째 전파 교란 공격에 나선 31일 어선들이 출항을 하지 못한 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에 정박돼 있다. 권욱 기자




인천 서해 5도 어민들이 북한의 잇따른 전파 교란 공격으로 큰 피해를 겪고 있다. 북한의 전파 공격이 무작위로 발생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민간 소형 어선들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 주말에는 북쪽에서 바람이 불 것으로 예고되면서 ‘오물 풍선’이 또다시 남쪽 지역에 살포될 가능성이 높아 군 당국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해 5도 주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와 오전 10시를 전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서 남쪽을 향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이 또다시 발생했다.




북한의 전파 교란 공격은 최근 민간·군용 주파수와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 과기부는 29·30일 오전부터 서해5도 도서 지역의 어선과 여객선, 항공기, 군용 선박 등에서 700건이 넘는 GPS 오작동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교란 신호는 올 3월에도 발생하면서 이 일대를 지나는 항공기와 선박 등에서 약 50건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북한의 전파 교란 공격이 올해 들어 서해 5도를 중심으로 때를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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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GPS 교란 신호에 서해에서 조업하는 민간 소형 선박들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서해 5도에는 백령도 88척, 대청도 68척, 연평도 64척 등 총 220척의 민간 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모두 소형 선박에 생계를 의존하는 영세 어민들로 일반 민간 GPS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PS 교란이 이뤄지면 지도에서 이들 선박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GPS 화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장치가 고장 나면 항해상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 목표 지점까지 도달이 어려워진다. 이곳 어선들은 바다 한가운데 설치한 어구를 이 GPS로 확인해 조업을 하고 있다. GPS 교란이 발생한 29일 백령도 한 어선이 설치한 어구 1개를 찾지 못해 허탕 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희 연평도 주민자치회장은 31일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오늘 아침에도 조업을 나가는데 GPS 교란 신호가 감지됐다”며 “수시로 발생하는 교란 신호에 어민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들 선박의 피해를 줄이려면 대체 항법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기나 여객선 등 대형 선박은 GPS 오작동을 대비해 대체 항법 수단을 있는 반면 소형 선박은 일반 민간 GPS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GPS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을 개발하고 있다. KPS는 한반도와 주변 영역에서 센티미터급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고정밀 항법 시스템이다.

지규인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서해 5도의 어선 피해는 대체할 수 있는 위성 항법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이유도 있다”면서 “현재 개발하는 KPS 시스템은 여러 주파수를 쓰도록 설계돼 있어 북한의 교란 신호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의 전파 공격에 이어 ‘오물 풍선’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6월 1일부터 북풍이 예고돼 대남 오물 풍선이 예상된다”며 “북한군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고 오물 풍선이 부양되면 언론에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관 기관과 협조해 대국민 안전 조치를 최우선으로 강구할 것”이라며 “풍선이 부양되면 낙하물에 유의해주시기를 바라고 풍선을 발견할 경우 만지지 말고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도발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멈추지 않는다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헛된 도발 대신 고통받고 있는 2600만 주민들의 삶을 먼저 보살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천=안재균 기자·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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