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더 깎아줘" 中 배짱 요구에 중-러 가스관 계약 물 건너가나

푸틴 中 방문에도 가스관 계약 좌초 위기

유럽 의존도 떨어지는데 중국도 모르쇠

우크라전 이후 중-러 균형 中쪽에 기울어져

중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러시아 보여줘

지난달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명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지난달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명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중국에 가스관을 연결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려던 러시아의 시도가 중국 정부의 무리한 요구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중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 러시아의 현재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 국내 가격과 비슷한 가스 공급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유럽 등 해외 가스 판매가를 높이는 대신 국내 공급 가스에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러시아 주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또 중국은 저렴한 가격을 요구하면서도 새 파이프라인에서 공급될 연간 생산량인 500억 입방미터의 일부에 대해서만 구매 약정을 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러시아는 시베리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을 연결하는 ‘파워 오브 시베리아 2’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프로젝트가 승인되면 유럽 의존도가 높았던 러시아 서부의 가스전을 중국과 연결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의 운명은 물론 러시아의 국영 가스기업인 가즈프롬의 경영에도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가즈프롬은 러시아에서 벗어나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게 되면서 큰 성장을 누렸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가스 판매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69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내는 등 25년 만에 최악의 한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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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중국과의 관계를 과시하며 가까운 시일 내에 ‘파워 오브 시베리아 2’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달라지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FT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을 국빈 방문하며 세 가지 주요 요청 사항이 있었다. 러시아 내 중국 은행의 활동 확대와 이번 달 우크라이나가 주최하는 평화회의에 중국이 불참할 것, 그리고 ‘파워 오브 시베리아2’에 대한 합의였다. 하지만 FT는 러시아가 바라는 정도의 만족스러운 협조는 얻어내지 못했다고 봤다. 중국은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불참한다고 발표했지만 은행 협력에 관해서는 한 곳 정도의 은행에 그치는 등 러시아 요구보다 훨씬 작은 규모에 머물렀다.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특히 파이프라인 합의는 성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베를린의 카네기러시아 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 소장은 러시아의 협상 실패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중국이 양국 관계에서 좀 더 높은 자리인 수석 파트너가 됐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가부에프 소장은 “중국은 대만이나 남중국해 분쟁 발생 시 해상 경로가 아닌 육로로 이송되는 러시아 가스가 전략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며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매우 저렴한 가격과 유연한 의무가 없다면 이 협상이 그다지 가치없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이미 합의한 수입 계약 등을 통해 2030년까지 가스 수요와 공급이 이미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는 가스 수출을 위한 대체지가 중국 외에는 없다는 점에서 협상에 우위를 차지하기 어렵다. 가브에프 소장은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최상의 조건을 끌어낼 때까지 충분히 기다릴 수 있지만 러시아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FT는 중국과 합의하지 못한다면 가즈프롬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도 관측했다. FT는 최근 러시아 한 주요 은행의 미공개 보고서를 인용해 가즈프롬의 2029년 예상 수익이 ‘파워 오브 시베리아2’의 불확실성 탓에 15%나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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