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3.7억명 투표소 나선다…유럽의회, 안보 불안 타고 '극우 돌풍' 거세지나

■유럽의회 선거 6~9일 실시

5년 임기 720명 의원 각국서 선출

우크라 전쟁·불법 이민자 불안 고조

극우 정당 2곳 의석 수 2당 넘을 수도

"유럽과 그 너머 정치 지형 재편될 것"







유럽연합(EU)이 6일(현지 시간)부터 나흘간 무려 3억 7300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유럽의회 선거를 실시한다. EU의 입법부인 유럽의회는 27개 회원국 전역에 적용되는 법안을 결정하고 예산을 승인하는 등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전쟁과 이민 등으로 안보 불안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극우 정당들의 약진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현재 중도 우파, 중도 좌파 중심으로 구성된 유럽의회에서 극우 정당들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EU 정책 기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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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유일 ‘초국가 선거’…각국서 720명 선출=유럽의회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초국가적 의회다. 유권자 수만 3억 7300만 명에 달해 선거 규모(직접 투표 기준)로는 세계 최대 인구국인 인도 총선(6억 4200만 명) 다음으로 크다. 27개 EU 회원국들은 6~9일 동안 개별적으로 투표를 치러 향후 5년간 ‘EU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일할 720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의석 수는 각국의 인구수에 비례해 할당된다. 이번 선거에서 배정된 의석 규모는 독일(96석), 프랑스(81석), 이탈리아(76석), 스페인(61석), 폴란드(53석) 순으로 많다. 키프로스·룩셈부르크·몰타 등 인구가 적은 회원국에도 최소 6석의 의석이 주어진다. 개표 결과는 모든 회원국의 투표가 끝난 9일 발표된다. 유럽의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일찍 투표를 마친 나라의 결과가 다른 나라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표 결과를 먼저 발표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유럽 대통령' 예상 밖 인물 나오나=유럽의회는 EU의 법안·예산을 심의하고 역내 기관들을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EU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에서 법안을 발의하면 유럽의회는 이사회와 함께 심의·승인하며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올해 1894억 유로(약 283조 원)에 달하는 EU 예산 역시 심의한다. EU의 7개년 정기 예산안인 ‘다년 재정 프레임워크(MFF)’ 역시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유럽의회 선거는 차기 집행위원장 선출과 연동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유럽의회는 의원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꾸리는 다수의 정치 그룹으로 구성된다. 유럽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확보한 정치 그룹의 대표가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된다. 유럽의회의 현재 1당인 유럽국민당(EPP) 소속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연임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다만 극우 세력이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의외의 인물이 집행위원장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고된 ‘극우 돌풍’…EU 정책 뒤집히나=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유럽 곳곳에서 일어난 ‘극우 돌풍’이 유럽의회에도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불법 이민자 유입 급증 등 불안이 커진 안보 환경이 이 같은 흐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중도 우파 성향인 유럽국민당(176석)은 1당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의석수는 6석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극우 성향의 정체성과민주주의(49석)는 의석수를 현재보다 20석 늘리며 3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의형제들’이 속한 유럽보수와개혁(69석) 역시 의석을 10석가량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두 극우 정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2당인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139석)을 압도할 수 있게 된다. 프랑스24는 “(차기 유럽의회는) 우크라이나 원조 등 중요 정책과 직결되는 예산안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선거 결과가 유럽 대륙은 물론 그 너머의 정치 지형을 재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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